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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규봉 마운드 "갈수록 진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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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사자굴에서 봉이 났다』고 야단이다. 프로야구「원년의 소방수」황규봉을 두고 하는 말이다.
침착하고 대담한 피칭이 전혀 새모습니다. 마치 신들린 듯 던지고 있다. 올시즌 들어 9게임에서 6승 무패1세이브로 최다승1위.
82년에 15승11패12세이브로 최다세이브상을 방은 삼성의 황규봉은 작년엔 6승4패3세이브로 뒷걸음질 쳤다.
그러나 올시즌들어 불과 한달만에 벌써 작년의 6승을 거뜬히 달성, 최강의 투수로 등장했다.
6승 가운데 완투승과 선발로2승을 올리고 나머지 4승은 구원승. 황규봉이만 마운드에 서면 삼성의 타선은 불이 붙고 내야수비진들도 물샐틈없는 수비로 황을 돕는다.
작년 30승의 대기록을 세운 삼미 장명부와 같이 행운마저 뒤따르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역전승을 하려면 황규봉을 마운드에 내 세우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지난8일 (대구) 대해태전에서13회 등판, 연장14회말 함학수의 역전결승타로 6번째 승리를 거둔것을 비롯, 황이 등판하면 이만수 장효조 정현발 등이 장타를 뽑아낸다. 지난달 26일(내구) 대상미전에서도 2-2에서 8회초 등판,8회말에 대거7점을 올려 승리투수가 됐다.
그러나 황은 『전혀 행운이 아니다. 노력한 만큼의 댓가』라고 말한다. 작년12월초 그는 삼성구단이 실시하는 훈련에 한달간 소식없이 불참, 구단의 오해를 받았다. 그때 황규봉은 대구인근의 절에 들어가 참선과 단전호흡법을 익혔다. 위기를 넘기는 대담성과마음의 평정을 얻기 위해서였다. 그 이후 매일새벽에 1시간씩 참선과 단전호흡을 빼놓지 않고 있다. 술과 담배를 끊고 철저한 「가정관리」도 병행, 이러한 각고속에 놀라운 피칭이 살아나고 있는 것이다. 시즌오픈에 앞서 『7승까지는 무패의 전적으로 나가겠다』고 예언한 그의 말이 믿기 어려울 정도로 맞아 들어가고 있다.
황규봉은 73년 마닐라에서 벌어진 제10회 아시아야구선수권대회도중 숙소의 화재로 창문 밖으로 뛰어내리다 허리부상을 입어 선수생명의 위협까지 받았다. 그래서 이후 높은곳에 올라가면 몸과 마음이 떨리는 이른바 고소공포증에 시달렸고 비행기를 탈수 없어 해외출전의 국가대표선수를 사양한 일도 있었다. 올해 나이 31세. 김일융 송일수등 재일동포를 제외하면 삼성선수 중 최고령이다. 선수생명을 연장하기 위해 그는 자신의 이같은 특수한 훈련으로 『40세까지 마운드에 서겠다』고 각오가 대단하다.
『새로이 태어났다』고 말하는 황규봉이 올시즌 어떤 성적을 올릴지 프로야구 최대의 관심거리중 하나다. <조이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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