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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盧대통령은 한국의 룰라 돼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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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노무현 대통령은 한국의 룰라가 돼야 한다."

글렌 허버드(사진) 전 백악관 경제자문회의 의장은 27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盧대통령은 자신을 뽑아준 사람들의 요구를 물리치고 개혁을 추진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이 점에서 브라질의 좌파 대통령인 루이스 이나시오 룰라 다 실바와 같은 처지"라고 말했다.

허버드는 "룰라 대통령이 취임 후 친(親)노동조합 정책을 펼 것이란 예상과 달리 과감한 개혁에 나섰듯 盧대통령도 같은 선택을 해야 한다"며 "정치적으로 어려운 과제인 것은 분명하지만 노조를 지지기반으로 하는 盧대통령이 노조를 설득하는 데 가장 적임자일 수 있다"고 말했다.

브라질은 룰라 대통령이 친노조 정책 대신 시장친화적 정책을 택하면서 경제가 안정되고 월가에서 국채 발행에 성공하는 등 국제 금융시장의 환영을 받고 있다.

그는 또 "개혁은 지속적인 경제 성장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며 "개혁이 궁극적으로 노동자들에게도 이익이 될 것이란 점을 잘 설득하면 노조도 이해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경제학자는 조언을 할 수 있지만 대통령은 결단을 내려 실천에 옮겨야 한다"며 "대통령의 리더십이 중요한 것은 이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기업 규제 완화에 대해 그는 "기업들이 해서는 안되는 것만 법으로 정하고 나머지는 모두 자유화해야 한다"며 "규제를 조금씩 줄이는 정도로는 싱가포르나 홍콩 등 경쟁자들을 따라잡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허버드는 "기업들도 회계의 투명성을 높여 투자자들이 믿고 투자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회계부정이 발생하면 관련자들을 엄벌에 처해 비슷한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부동산 거품 논란에 대해선 "주택담보대출의 만기가 짧은 것이 시장의 불안정성을 키우고 있다"며 "선진국과 같은 장기 대출을 활성화하면 부동산 거품이 꺼지더라도 충격이 적을 것"이라고 했다.

한.미 관계에 대해 허버드는 "최근 한.미 정상이 발표한 공동성명서에도 나타났듯이 한.미 동맹은 안보는 물론 경제 발전을 위해서도 중요하다"며 "미국은 한국 정부의 개혁을 강력히 지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허버드 전 의장은 27일 영국의 스탠더드차터드 은행이 주최한 '대한민국을 동북아시아의 금융 중심지로'라는 주제의 국제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했다.

글=주정완, 사진=장문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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