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걱정되는 건 나라" 김수환 추기경, 사학법 강행 처리 비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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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환 추기경은 국회에서 통과된 사학법 개정안에 대해 "정말 걱정되는 것은 나라다. 목적이 학교 비리 척결에만 있는 것 같지 않다"고 말했다. 김 추기경은 13일 "군종 신부들 얘기로는 '새로 군에 간 젊은이들에게 주적이 어디냐'고 물으면 '미국'이라 한다더라"며 이같이 말했다. 김 추기경은 이날 혜화동 성당에서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의 방문을 받고 이처럼 밝혔다고 참석자들이 전했다.

김 추기경은 "(사학법 개정안이) 긴급하고 화급한 법도 아니고, 식견 있는 많은 사람이 100% 반대하는데도 밀어붙인 이유를 모르겠다"며 "이 법을 적용해도 학교가 편한 날은 없을 것이고 계속 시끄러울 것"이라고 했다.

또 "많은 사람이 재산 때문에 사학재단에서 (개정안을) 반대한다고 생각하는데 그게 아니고 교육을 위해 학교를 세웠는데 (개정안이) 그걸 어렵게 만들기 때문에 반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추기경은 "또 염려되는 것은 교육 자체가 잘못될 수도 있다는 점"이라며 "전교조 같이 영향력 있는 단체가 지금까지 교육을 통해 국가관.인간관 등을 잘 교육시켰다고 보기 힘든데 앞으로도 그럴 것 같다"고 우려했다. 그는 "2000여 개 사학 중 35개 학교에 비리가 있다는데, 결과적으로 비리가 없던 사학도 죄인이 돼버렸다"며 "법을 무효화할 수 없냐"고 박 대표에게 물었다.

박 대표는 "(여당이) 절차를 무시하고, 대리투표 의혹도 불거져 우리는 원천무효라 선언했으며 위헌소송까지 내려 한다"고 말했다. 김 추기경이 "신문을 보니 단단히 결심하신 것 같다"고 하자 박 대표는 "(국민에게) 걱정을 끼치는 일이라고 생각해 장외투쟁은 안 하려고 했는데 이것은 어쩔 수 없는 문제다. 그래서 처음으로 장외투쟁을 결심했다"고 설명했다.

박 대표는 또 이날 한국기독교총연합회 회장인 최성규 목사와 조계종 총무원장 지관 스님을 각각 찾아 사학법 개정안 문제를 논의했다.

최 목사는 "사학법이 개정되면 안 좋다는 것을 국민이 너무 모르는 것 같다. (야당이) 사학법 개정이 왜 나쁜지 알려줘야 한다"고 당부했다. 최 목사는 "사학재단의 70~80%는 기독교에서 세웠으며, 120여 년 동안 자율적으로 사명감을 갖고 사학을 운영해 왔는데 (사학법 개정안은) 그걸 꺾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1차로 대통령에게 거부권을 행사해 달라고 탄원서를 낼 예정이며, 7대 종단 협의회를 소집해 공동 대처 방안을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지관 스님도 "보름 전 사학연합회 회장하고 여러분이 오셔서 '(여당이) 모든 사학을 비리집단으로 몰고가고 있다'며 도움을 요청했다. 동감하는 바가 많았다"고 밝혔다. 지관 스님은 "대표께서 고민이 많으시겠다. 명분이 옳아야 지지할 수 있는데 한나라당은 명분도 서고 앞으로 잘해 가시리라 믿는다"고 말했다.

김정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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