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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CEO] 루이뷔통 이브 까르셀 사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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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5면

프랑스 파리 샹젤리제 거리에 있는 루이뷔통 매장은 항상 붐빈다. 이 곳에선 가방 하나를 살 때도 신분증을 보여줘야 한다. 외국인은 하루에 살 수 있는 제품이 2개로 제한돼 있다. 그만큼 까다롭지만 외국인 여행객을 비롯한 많은 소비자들이 모여든다.

1백50년 전 프랑스 귀부인들의 여행가방으로 처음 등장한 루이뷔통. 지금까지도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세계적인 브랜드다. 1987년 코냑 브랜드인 헤네시와 샴페인 브랜드인 모에 샹동과 합병해 루이뷔통모에헤네시(LVMH)그룹으로 재탄생했다.

지난 20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만난 이브 카르셀 루이뷔통 사장은 즐거운 표정이었다. 그는 전날 대구에 있는 루이뷔통 매장을 방문하고 서울로 올라왔다. 한국에서 열번째로 연 매장이다. 그는 "지난달 대구 지역 두번째 매장을 열었는데 기존 매장의 매출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은 채 새로운 수요를 확보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했다.

카르셀 사장으로부터 루이뷔통이 경쟁력을 유지하는 비결과 사업계획 등을 들어봤다.

-내년이면 루이뷔통이 탄생 1백50주년을 맞는다. 명성을 유지하는 비결은.

"루이뷔통은 장인정신을 고수한다. 세계 50여개국 3백여개의 직영 매장에선 모든 고객에게 최고의 서비스와 제품을 공급하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단순히 전통만을 고수한다면 이같이 성장할 수 없다. 전통적인 가치와 현대적 감각을 조화시키는 것이 오랫동안 명성을 누리는 비결이다. 1987년 미국의 유명 디자이너인 마크 제이콥스를 영입해 파격적인 제품을 선보이고, 최근 일본의 패션 아티스트 무라카미 다카시와 공동작업을 한 것이 그 예다."

-마케팅 전략은.

"브랜드 가치를 알리는 데 주력한다. 루이뷔통 매장에 들어서면 한쪽에는 고풍스런 스타일의 가방들이, 다른 한쪽에는 최신 패션이 접목된 제품이 진열돼 있다. 전통과 현대의 조화라는 루이뷔통의 정신을 보여주기 위해서다. 또 모든 매장은 그 도시의 명소가 될 만큼 멋지게 만든다. 일본 오모테산도에 있는 매장이나 서울 청담동에 있는 루이뷔통 매장은 도시내 어떤 건축물보다 아름답다고 자부한다. 루이뷔통이 원래 여행가방으로 시작한 만큼 여행과 관련된 각종 행사도 주최하고 있다. 20년 전부터 루이뷔통컵 요트행사를 개최하고 있으며 루이뷔통 클래식 자동차 전시회도 연다."

-제품의 질 관리는 어떻게 하나.

"모든 공장에서 나오는 제품은 본사가 통제한다. 루이뷔통은 전세계에 14개 공장을 운영 중이며 미국 캘리포니아와 스페인에 하나씩 있는 것을 빼고 모두 프랑스에 있다. 또 루이뷔통은 제품의 질을 각 단계에서 검사하는 독특한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모든 기술자들은 이전 단계에서 이뤄진 작업을 평가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다. 예를 들어 색을 칠하는 직원이 바느질한 사람의 작업을 평가하는 식이다. 색칠하는 직원이 보기에 바느질이 만족스럽지 않으면 다시 바느질 단계로 돌려보낸다. 공장에서 일하는 3천여명의 직원들은 생산량에 관계없이 급여를 받는다. 직원들에게 품질을 높이라고 주문하지만 생산량을 늘리라고는 말하지 않는다."

-유사 모조품에 대해 어떤 조치를 취하나.

"모조품을 근절하기 위해 연간 1백만달러를 사용한다. 한국 정부에도 수차례에 걸쳐 모조품 생산을 막아달라고 요청했다. 프랑스에서는 단 한개의 모조품을 수입하더라도 처벌받는다. 세계 주요 무역국가인 한국에서도 지적재산권에 대한 인식이 높아질 필요가 있다. 다른 나라가 한국의 휴대전화 디자인을 도용한다면 가만히 있겠는가."

-한국에서 명품에 대한 선호도가 높다. 명품의 진정한 가치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명품의 정의는 사람들마다 다르다. 개인적인 의견을 말하자면 명품의 가치엔 감성적인 측면이 강하다고 생각한다. 루이뷔통 제품을 사는 건 1백50년 역사의 일부를 사는 것이다. 명품은 어느날 갑자기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오랜 세월 쌓아온 장인정신과 독창성을 통해 인정받게 된다. 따라서 명품은 제품 자체의 가치뿐 아니라 감정적인 만족을 주는 측면이 있다고 할 수 있다."

-LVMH그룹은 수많은 명품 브랜드를 인수했다. 어떤 기준으로 인수하나.

"그룹내 제품군의 포트폴리오를 갖추려는 것이 명품 브랜드 인수의 주요 목적이다. 인수를 검토할 땐 기존 브랜드와 긍정적인 상호작용을 일으킬 수 있는지를 고려한다. 규모가 큰 브랜드를 선호하는 것은 아니다. 시장에서 독특한 위치를 확보하고 있으며 품질을 인정받은 브랜드가 우선이다. 합병 후에는 각 브랜드에 자율을 준다. 본사에서는 마케팅을 지원해줄 뿐이다. 이제는 새로운 브랜드를 찾기보다 기존 브랜드의 시장 점유율을 높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

-한국 시장 전망은.

"한국은 일본과 홍콩에 이어 아시아에서 셋째로 큰 시장이다. 성장률이 매우 높은 시장이기도 하다. 올 상반기에 매장 2개를 더 열었으며, 오는 7월에는 한국어 홈페이지를 개설할 예정이다. 루이뷔통의 차기 모델은 미국 영화배우 제니퍼 로페즈다. 명품 브랜드와 잘 어울리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었지만 전통과 현대의 조화로운 발전을 위해 선택했다. 시장의 흐름을 주도할 독창적인 제품을 선보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박혜민 기자

*** 까르셀 사장은

외부 노출 기피…그룹 총회장 대신 대외 활동 도맡아

이브 카르셀(52) 사장은 프랑스의 국립행정공과대학인 에콜 폴리테크니크를 졸업하고 프랑스 인시아드(INSEAD)에서 경영학 석사(MBA) 학위를 받았다. 그는 1970년 스판텍스사의 제품 담당 매니저로 직장 생활을 시작했다.

74년부터 블렌다팜 연구소의 마케팅.영업 담당 부사장으로 근무했으며 79년에는 포론 그룹의 압소바 담당 사장에 올랐다. 85년부터 DMC그룹의 대표이사를 거쳐 89년 LVMH그룹 전략기획담당 부사장에, 90년 5월 루이뷔통 사장에 임명됐다.

그는 현재 LVMH 패션 그룹을 총괄하며 LVMH 그룹 베르나르 아르노 회장의 오른팔 역할을 하고 있다. 좀처럼 외부에 나서지 않는 아르노 회장을 대신해 대외 활동을 담당하는 것도 그의 몫이다.

그는 "직장 생활은 재미가 있어야 한다"면서 "꾸준히 새로운 시도를 하는 기업과 개인만이 성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사진설명>

이브 까르셀 루이뷔통 사장이 올 봄 새로 선보인 루이 뷔통 모노그램의 대형 사진 앞에서 포즈를 취했다. 그는 전통적 문양인 그룹 모노그램에 빨강과 노랑색 등 화사한 색상을 입혔다. 일본인 아티스트 무라카미 다카시와 함께 작업했다. [김성룡 기자<xdrag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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