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기 '거북선 센터' 3인방 "우리는 기업의 PD"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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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왼쪽부터 이은수 부장, 이동훈 과장, 이경식 과장.

삼성전기에는 '거북선 센터'란 프로젝트 팀이 있고 이 센터를 움직이는 PD(프로세스 디자이너)가 있다.

2003년 강호문 사장이 아이디어를 내 만들어진 이 센터는 쇠는 물에 가라앉는다는 선입견을 깬 거북선 처럼 생각을 바꿔 혁신적인 제품을 남보다 빨리 개발하자는 뜻에서 '거북선'이란 간판을 내걸었다. 연구.영업.구매.제조 등 많게는 10여개 관련 부서 인력이 한 팀을 이뤄 함께 먹고 자며 과제를 풀어 나간다.

센터에는 늘 10개 안팎의 팀들이 구성된다. 이들이 목표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뒷바라지 하는 직원들이 바로 PD다. 다양한 분야의 직원들이 모인 조직이라 시각도 다르고 자칫하면 부서 이기주의에 빠지기 쉬어 분산된 힘을 한 곳으로 모으는 것이 PD의 역할이다. 체계적인 지원시스템을 갖춰 벤처기업처럼 집중력을 발휘 하도록 돕는다.

그래서 팀원들은 직책.직급에 상관없이 마음껏 의견을 낸다. 토의방 벽면에는 수 많은 아이디어가 적힌 메모지가 가득 붙여있다. 거북선 센터의 살림을 맡고 있는 이경식 선임 PD(과장)는 "매뉴얼로 만들어야 할 정도로 챙길부분이 적지 않다"며 "3~4개월만에 한 과제를 해결하면 체중이 10㎏까지 줄기도 한다"며 PD의 고충을 털어놨다.

PD들은 휴일이나 휴가를 제대로 즐길 겨를이 없다. 연말이면 전.현직 PD들과 그 가족이 모두 참석하는 송년모임을 갖는데, 그 자리는 가족들이 불만을 쏟아내는 성토장이 된다. 센터장인 이은수 부장은 "가족들에게 할 말이 없죠. 올 송년자리에는 100명 넘게 참석할 예정인데 벌써부터 걱정"이라며 웃었다. 오죽하면 센터에선 PD의 얼무일지를 '난중 일기'라고 부를까. 전쟁과 다름 없다는 의미다.

이 부장과 이 과장은 설립 멤버인 이동훈 과장과 함께 이 센터의 '3인방'으로 꼽힌다. 1987년 삼성전기 종합연구소로 입사한 이 부장은 그 동안 연구개발.제조.영업 등 10군데가 넘는 부서에 일한 베테랑이다. 이동훈 과장은 기획팀 출신으로 이 부장이 스카웃한 케이스다.

4명으로 시작한 PD는 현재 국내외 전 사업장을 통틀어 64명으로 불어났다. 거북선 센터의 성과도 적지 않다.

지금까지 기존 제품보다 처리속도가 4배 빠른 반도체용 기판, 자동초점 카메라모듈, 최고용량 적층세라믹콘덴서(MLCC) 등을 개발했다. 또 여러 공정개선 아이디어를 내 회사는 1000억원 가량의 원가절감 효과를 거뒀다.

현재 진행중인 50여건의 과제가 완료되면 3000억원의 매출액을 더 올릴수 있을 것으로 회사는 기대되고 있다.

삼성전기는 수원사업장에서 만든 거북선 센터운영 매뉴얼을 기초로 부산에 이와 유사한 '이노베이션 센터' 등을 열었고 중국 텐진 사업장에는 '실크로드 센터'를 운영중이다. 필리핀.태국 등의 사업장에서도 비슷한 조직이 있다.

이 부장은 "'거북선 센터에 가면 다 해결된다'는 신뢰를 얻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2010년 회사가 10조원의 매출 목표를 달성하는데 첨병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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