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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 모르는 기업들 이런게 다르다] 3. 노블랜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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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과 제조자개발생산(ODM)의 장점을 이용하면 수출은 문제없다'.

여성의류전문제조업체인 노블랜드(nobland. com)의 이동선(41) 대표이사 부사장의 지론이다. 바이어가 주문한대로 생산하고 납품(OEM)만 하면 그들에게 종속돼 언제 거래가 끝날지 모르는 치명적인 약점이 있다.

그러나 회사가 세계 시장이 원하는 제품을 미리 파악하고 원단을 개발(ODM)한 뒤 바이어의 주문내용과 제조업체의 의견이 맞아떨어지는 점을 찾아가면 물건이 팔리지 않을 수 없다는 얘기다.

10년 전, 노블랜드 李대표는 창업할 때부터 남달랐다. 소규모 봉제회사를 차리면서 보수를 동종업계보다 50%나 많이 주겠다고 선언한 것. 또 외환위기로 회사 사활이 걱정되던 때도 그는 외국어가 가능한 명문대 출신 10여명을 뽑았다. 주위에서는 비웃었지만 그의 생각은 달랐다.

李대표는 "섬유는 굴뚝산업이 아니고 첨단재료산업이며, 세계시장에서 경쟁하려면 외국어는 필수"라고 말했다.

외환위기가 났던 1997년, 李대표는 3년여 동안 자체 개발한 고급원사를 들고 거래선이었던 미국의 유명브랜드 디케이엔와이(DKNY)사를 찾았다. 의류주문을 부탁하는 게 아니고 DKNY에 원사를 선택하고 주문량을 결정토록 하려는 의도였다. 원사를 만져본 바이어는 손뼉을 쳤다. 그리고 곧바로 5백만달러어치의 의류를 주문했다. 이어 그는 사원들에게 MR(상품전문기획가.Merchandizer) 가 되도록 요구했다.

회사에 MR가 없으면 중간 에이전트 눈치를 보고 커미션까지 지불해야 하기 때문에 경쟁력이 떨어질수밖에 없음을 간파한 것이다. 바이어 입장에서도 에이전트를 통하지 않고 제조업체와 직접 협상하기 때문에 품질에 대한 신뢰감이 커진다는 이점도 있었다.

현재 서울본사 전직원 2백60여명 중 80여명이 자체생산.기획이 가능한 베테랑 MR인데 이는 국내 섬유업계에서는 찾아보기 힘들다.

노블랜드는 지금까지 매출의 10% 이상을 연구개발에 쏟아 1천종이 넘는 원사개발에 성공했다. 분야별 MR들이 외국업체와 직접 접촉하며 기획상품을 제안하고 주문제품생산을 지휘하기 때문에 고객만족이 클 수밖에 없다.

노블랜드 성공의 또 다른 비결은 1백% 수출위주 경영이다. 수출은 지역별로 다른 경기에 탄력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DKNY를 통해 품질의 우수성이 알려진 것이 해외시장 개척의 불을 지피는 도화선이 됐다. 98년 미국의 앤테일러(Ann Taylor)와 캠벌리(CamBerley) 가 소문을 듣고 1천5백만달러어치를 주문했다.

이듬해에는 리바이스(Levi's)와 존스뉴욕(Jones New York) 등 세계의 내로라 하는 명품브랜드 업체들의 주문이 쏟아져 4천만달러어치를 수출했다. 지난해 수출고는 8천3백만달러. 올해는 지난해보다 56%가 늘어난 1억3천만달러 달성이 무난할 전망이다. 현재 노블랜드는 20여개 세계 유명브랜드 제품을 생산한다.

최형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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