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TV 『누가 이 아이들을!』 단연 돋보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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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기념일을 기해 방영되는 각종 특집은 흔히 행사위주가 되거나 오락성을 띠게 된다. 기념일이면 으례 등장하는 「××큰잔치」「특선」의 꼬리를 단 각종 방화·외화 필름들이 그러하다.
그러나 진정 기념일을 기리는 뜻에서의 특집이 되려면 단순한 오락성에 머물러서는 안된다. 오늘의 시점에서 그날의 의미를 찾아보는 작업이 수반돼야만 한다. 이런 의미에서 돋보인 프로그램이 바로 MBC-TV의 『누가 이 아이들을!』(5일 방영)이었다.
버려진 아이들을 조명해본 이 프로그램은 통상 어린이날을 행복한 어린이들의 떠들썩하고 화려한 잔치놀음으로 해석해온 기왕의 프로그램들로부터 180도 앵글을 선회시킨 새로운 시도였다.
부모의 사랑과 사회의 관심을 받아보지 못한채 그늘에서 소외당한 삶을 살아가는 버려진 아이들을 부각시킨 것은 「외면당하고있는 어린이들에게 관심과 애정」을 호소한 62년전 어린이날의 의미를 오늘의 시각으로 되찾아낸 훌륭한 기획이었다.
전국네트워크를 연결시켜 영아원·고아원의 실태를 살펴보는 한편 이들을 돕는 후원자모집을 함께 진행시켜 단순한 문제제기에 그치지 않고 현실적인 해결책을 마련해준 점도 프로그램의 효과를 십분 거둘수 있게 했다
다만 기아수용시설을 탐방한 아나운서들의 질문이 짜임새가 없고 대동소이하여 프로그램의 활기를 감소시킨 것은 흠이었다.
이와는 다른 차원에서 의의를 지닌 프로그램으로 꼽을수 있는 것이 『우리동요 60년』이다.
MBC-TV가 3부작으로 구성, 선보인 이 음악다큐멘터리는 최초의 동요『반달』이후 60년간의 동요변천사를 편년사적으로 정리해 보임으로써 하나의 기념비를 세웠다. 그러나 어린이들이 즐겨 부르는 동요의 채집이 자연스러운 상태로 이끌어지지 못하고 합창단·성악가에 의해 의도적 연출로만 연결된 것은 아쉬웠다. <홍은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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