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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전인수격 해석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어때요. 교황이 이 땅에 와서 하신 말씀 가운데 주목할 만한 것은 무엇이었죠?
-가장 관심을 모았던 교회의 사회참여에 대해 교황은 다시 한번 종교의 테두리를 강조했어요.
물론 교황의 신학노선이 근본주의(보수) 라는 것은·이미 알려졌지만 이번 방한메시지에서도 성직의 영성적 본질을 거듭 강조했지요.
과거 「요한·바오로」2세 교황이 취한 태도를 생각해보면 사제들의 현실참여를 달갑지 않게 생각하는 것은 확실한 듯 합니다.
지난 80년6월말 교황이 브라질을 방문했을 때 그곳 사제들과 현실참여문제를 놓고 8시간동안이나 토론을 벌인 일은 너무나 유명한 이야기이지요. 당시 교황은 해방신학의 고향인 브라질에서 성직자들의 현실정치참여에 대해 부정적인 태도를 취했읍니다.
-전 대통령과 교황이 정상회담을 한 후 나온 공동발표문에 대해 정부와 일부 계층에서 서로 아전인수격으로 확대 해석하려는 경향이 있는 것 같아요.
특히 공동발표문의 9항 내용이 대표적인 셈이지요. 정부일각에서는 교황이 정부와 교회의 별도 권능존중에 대해 대단한 만족을 표하고 교황이 교회의 일부 진보파에 대해 자중하라는 신호로 은근히 해석하고 있어요.
-그런 반면 일부 반체제인사들은 이를 약간 언짢은 시선으로 방아들이고 불만스러워 해요.
-그러나 알고 보면 이 모든 시각이 한낱 어릿광대 같은 것이지요.
체제와 반체제에 다같이 비중을 두고 상대하는 것이 교황청의 오랜 전통이지요.
-그래요. 때문에 공동발표문은 관례에 따라 교황의 방한 이틀전인 5월1일 상오에 이미 다 합의가 되어있었지요.
-일부에서는 교황이 일방적으로 화해하라는 것이 무리가 아니냐는 여론도 있었다지요.
-물론 그런 측면도 없지 않아요. 그러나 우리는 교황이라는 세계의 정신적 영도자가 한 말의 깊은 뜻을 새겨들을 여유를 가져야하지 않을까요.
교황은 또 억눌리거나 고통받거나 소외된 사람들에 대해 여러 차례 깊은 관심을 표명하고 그에 대한 따뜻한 보살핌이 있어야된다는 점을 강조하였거든요.
-또 교황은 한반도의 분단현실을 직시하고 진정한 형제애로 대화를 재개하고 이산가족의 조속한 재결합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한 것도 여느 국가원수들의 같은 말과는 무게를 달리하는 것으로 봐야지요.
-교황의 한국어공부도 그런 측면에서 이해해도 지나친 견강부회는 아닐 것으로 보여요. 게다가 한국은 가톨릭 역사상 자생적인 전교가 이루어진 유일무이한 나라일 뿐 아니라 때문에 많은 순교자를 배출한 곳이기도 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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