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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외국인에 내국인용 A증시 개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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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중국이 내국인 전용 주식 및 채권시장을 외국인들에게 개방한다.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에 따라 4년 뒤로 예정된 금융시장 완전개방의 충격을 줄이며 '국제기준(글로벌 스탠더드)'을 도입하기 위한 수순을 밟고 있는 것이다.

중국 증권감독관리위원회(CSRC)는 27일 "UBS워버그와 일본 노무라증권에 대해 내국인 전용주식인 A주(株)와 중국기업 발행채권의 매매를 허용하는 '역외 기관투자가 인가(QFII)'를 내줬다"고 밝혔다.

이들 기관투자가는 이르면 다음달 초부터 상하이(上海)와 선전(深)증시에 상장된 1천2백여개 상장 주식에 자유롭게 투자할 수 있게 된다. 지금까지 외국인들은 미국 달러와 홍콩 달러로 거래가 이뤄지는 외국인 전용 B주식만 거래할 수 있었다.

중국정부가 증시를 전면 개방함에 따라 UBS워버그와 노무라증권에 이어 도이체 방크.골드먼 삭스.ING베어링 등 세계적인 금융기관들도 QFII 자격을 신청하는 등 외국증권사들의 중국 시장 진출이 본격화할 전망이다.

LG증권의 상하이 법인장인 신용민 차장은 "중국증시의 규모는 한국의 두배에 이른다"면서 "중국 증시의 성장 잠재력이 큰 만큼 세계적인 투자기관들이 앞다퉈 본격적인 투자를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은 외국인에 대한 국내증시의 완전개방과 함께 국내증권사와 기관투자가들의 해외증시 투자를 조만간 허용할 계획이다. 홍콩 경제일보는 "증권사와 투신운용사들이 제1단계로 홍콩증시에 50억달러를 투자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중국과 홍콩 증시에선 국유기업과 대형 우량주의 주가가 지난 26일 5% 이상 오르는 강세를 보였다. 중국증시는 지난해말 현재 시가총액이 4천6백38억달러로 아시아에서 일본 다음으로 규모가 크다.

영국의 경제전문지인 파이낸셜타임스(FT)는 "중국정부의 이번 결정은 증시의 전면개방으로 1997년 동남아시아 외환위기와 같은 사태를 초래할 수도 있다는 오랜 우려를 무릅쓴 모험으로, 자본시장 개선에 대한 중국정부의 의지가 관철된 획기적 조치"라고 평가했다.

FT는 그러나 중국증시의 현재 상황에 대해선 "회계기준이 느슨하고, 투자사들의 주가조작이 빈번히 이뤄지는 등 원시적인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중국정부는 외국 투자가들의 투기적 행태를 경계하는 까다로운 조건을 내걸고 있다.

일단 투자하면 1년 이내에는 돈을 빼내갈 수 없도록 하는 한편, 폐쇄형 펀드는 3년간 유지돼야 한다. 또 외국투자자는 특정 상장회사의 지분 10% 이상을 매입할 수 없다.

UBS 워버그의 아시아지역 회장 로드니 워드는 "증시 개방으로 인해 중국의 기업들은 국제적인 경쟁기업들과 비교되면서 기업지배 구조가 크게 개선될 것"이라면서 "UBS는 올해 말까지 A증시에 상장된 50개 기업을 우선적으로 조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중국의 증시 개방이 한국 증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주목거리다. 주(駐)홍콩 한국총영사관 정부균 재경관은 "외국인 투자자들이 중국에 투자하기 위해 한국에서 자금을 빼내는 현상은 없을 것"이라며 "다만 홍콩 증시의 등락이 심할 경우 펀드별로 포트폴리오를 재구성하지 않겠느냐"고 내다봤다.

홍콩=이양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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