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서 태어나도 시민권 못준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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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영토 출생자에게 무조건 시민권을 부여하는 '시민권 자동부여'조항을 폐지해야한다는 움직임이 공화당 보수파 의원들을 중심으로 강하게 일고 있다. 이는 미국이 고수해온 '속지주의'를 뒤엎는 것으로 앞으로 큰 논란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예상된다.

시민권 자동부여 조항이 폐지되면 불법 이민자는 물론 외교관 상사 주재원 유학생 여행객 들의 자녀들도 미국서 출생했다 하더라도 종전처럼 자동적으로 시민권을 받을 수 없게된다. 또 한.미 양국에서 사회적으로 물의를 빚고 있는 원정출산도 원천적으로 봉쇄된다.

10일 LA타임스에 따르면 톰 탠크레도(공화당) 하원의원이 주도하는 '이민개혁 코커스' 소속 의원 92명은 다음 주 중 시민권 자동부여 조항을 폐기하는 이민국적법 개정안을 하원 전체회의에서 표결에 부칠 계획이다.

개정안은 시민권자나 영주권자가 아닌 부모로부터 태어난 자녀들은 미국령 내에서 태어났다하더라도 시민권 자동부여 대상에서 제외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시민권 자동부여 조항은 ‘미국에서 태어났거나 미국에 귀화해 미 사법권 안에 있는 모든 사람은 미국의 시민’이라고 명시된 수정헌법 14조 1항의 규정에 따른 것이다.

공화당 보수파 의원들이 이같은 이민국적법 개정을 추진하는 것은 시민권 자동부여 조항이 불법 이민자 양산에 가장 큰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일부에서는 미국령 내에서 불법 이민자가 출산하는 자녀수가 매년 10만∼35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으며 미국 전체 출생자의 10%, 가주의 경우 20%가 불법 이민자의 자녀라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불법 이민자 자녀는 18세가 되면 가족의 미국 영주권을 청원할 수 있다. 때문에 불법 이민자 자녀들은 가족 전체를 시민권자로 만드는 닻의 역할, 즉 ‘앵커 베이비’(Anchor Baby)로 불리고 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기존 속지주의 원칙을 흔드는 이 개정안이 수많은 라틴계 유권자들을 비롯한 이민권익단체의 큰 반발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라틴계 권익 보호 연합의 세실리아 무노즈 부의장은 “이민자들은 여러가지 이유에서 미국에 올 수 있다”며 “무조건 자녀를 볼모로 불법 이민자를 막겠다는 발상은 이해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미주 중앙일보=조택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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