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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그룹 후계 '큰틀' 잡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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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동양그룹이 계열사간 주식매매를 통해 후계 밑그림을 그리고 있다. 최근 주식거래 내용을 들여다 보면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의 외아들인 승담(25)씨의 그룹 지배력이 한층 높아졌다. 승담씨가 지분 20%를 갖고 있는 동양레저는 동양메이저.동양종금증권의 최대 주주로 올라서 사실상 그룹의 지주회사가 됐다. 동양레저가 최대 주주가 된 동양메이저는 동양시멘트 등 그룹내 비금융사 주식을 많이 갖고 있고, 동양종금증권은 그룹 금융계열사들의 지주회사 역할을 한다. 이에 따라 승담씨는 동양레저를 통해 그룹의 거의 모든 계열사의 지배권을 확보했다. 대학에 다니는 승담씨는 그룹이나 계열사에서 직책을 맡고 있지는 않다.

동양레저는 자본금 10억원인 골프장 업체로 경기도 안성 파인크리크컨트리클럽과 강원도 삼척 파인밸리컨트리클럽을 운영하고 있다. 동양레저는 골프장 부지 등을 계열사인 동양생명에 매각해 지분인수 자금을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5월 말 삼척의 골프장 부지 등을 600억원에 판 뒤 6월초 동양메이저 유상증자에 참여해 최대 주주가 됐다. 또 2004년 3월 안성 골프장 인근 부동산을 역시 동양생명에 1533억원에 팔았다. 두 달 뒤인 그해 5월부터 장내 매수 등을 통해 동양종금증권 지분을 사들이기 시작했고 이달 8일 동양종금주식 400여만주를 동양메이저에게서 매수해 동양종금증권의 제 1 주주가 됐다.

동양레저는 지난해 동양종금 증권 주식을 장내 매입할 때 목적을 '투자'라고 밝혔으나 최근 동양메이저의 동양종금 주식을 사들일 때는 '경영참가'로 명시했다.

동양메이저가 동양종금증권 지분을 처분한 것은 우선 재무구조를 개선하기 위해서다. 1430여만주 전부를 동양레저, 도이체방크, 마이다스에셋자산운용 등에 약 1160억원에 팔았고 이 돈의 대부분을 부채 상환에 썼다.

그룹관계자는 "1430%였던 동양메이저의 부채 비율은 연말까지 700~800% 대로 낮출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동양은 동양메이저의 종금증권 지분 매각을 통해 재무구조도 튼튼히 하고 후계구도를 확고히 하는 기반을 갖추게 됐다.

한편 동양레저는 12일 현재현 회장이 지분 80%, 승담씨가 20%를 갖는 식으로 지배구조가 바뀌었다고 공시했다. 전에는 동양캐피탈이 50%(10만주), 현 회장이 30%(6만주), 승담씨가 20%(4만주)를 갖고 있었으나, 동양캐피탈이 이날 50% 지분 전량을 주당 6020원, 총액 약 6억원에 현재현 회장에게 넘겼다.

이에 따라 승담씨는 앞으로 현 회장에게서 그룹 지주회사인 동양레저의 지분 31%(약 3억6000만원 어치)를 넘겨 받으면 자산 5조원 규모의 동양 그룹을 이끌수 있다. 승담씨는 동양레저 지분 외에 동양메이저 지분 1.9% 등을 갖고 있다.

권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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