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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인사 비로자나불 정밀 연구 시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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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10일 오후 경남 합천군 해인사에서 열린''9세기 해인사 비로자나불의 역사성과 예술성'' 학술강연회에서 박상진 경북대 임산공학과 교수(가운데 선 이)가 ''비로자나불의 재질과 제작연대''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박 교수는 법보전 비로자나불(右)에 대한 탄소 연대 측정을 한 결과, 그 조성 시기가 9세기 전후라고 발표했다.

'비로자나 부처님 100일 친견대법회'가 열리고 있는 경남 합천 해인사 보경당 앞은 고즈넉한 겨울 산사답지 않게 부산했다. 7월 4일 법보전 비로자나 불상이 9세기 통일신라시대 목조불상임이 알려지자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나무 부처상을 직접 보러 찾아오는 발길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해인사(주지 현응 스님)는 비로자나불상의 제작 시기가 883년이라고 발표한 뒤 논란이 일자 그 과학적 뒷받침을 하겠다고 약속했다. 시기는 개금(改金.불상에 다시 금칠을 올리는 일)을 하려 복장(伏臟.불상을 만들 때 부처의 가슴 속에 금.은.칠보 따위를 넣는 일) 유물을 열었다가 발견한 묵서명(墨書銘) 덕에 알 수 있었다.

10일 오후, 비로나자 부처님을 모신 보경당은 전국에서 모인 문화재 전문가와 불자로 가득 찼다. 법보전의 비로자나 불상과 쌍둥이처럼 닮은 대적광전의 비로자나 불상이 옻칠을 한 상태로 나란히 대중을 굽어보았다. 다섯 달 남짓 각계 학자가 매달려 조사.연구한 내용을 널리 알리는 자리로 마련된 이날 학술강연회는 여러 가지 점에서 뜻이 깊었다.

첫째는 양식사에 치우쳤던 문화재 연구를 다각도로 바라보게 됐다. 박상진 경북대 임산공학과 교수는 법보전 비로자나불 복장에서 표본을 채집해 최신 질량분석이온빔가속기(AMS)로 분석한 결과, 제작 연대가 이르면 740년 전후이고 늦으면 950년 전후로 추정되는 100~120년생 향나무라고 발표했다. 이는 883년이라고 본 학계의 의견과 거의 일치한다.

둘째는 문화재 발굴과 동시에 이뤄지는 성급한 결론과 언론 공개의 부작용에 대한 반성이다. 비로자나 부처님 조성의 역사 배경을 발표한 김상현 동국대 사학과 교수는 "신중한 조사 없이 법보전 비로자나불을 진성여왕이 숙부이자 남편인 위홍을 위해 만든 불상이라고 단정한 것은 적절치 못했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해인사 전권(田券.토지문서)을 보고 '해인사 중창기'를 쓴 조위(曺偉)의 지나친 해석을 따른 결과"라며 복장 유물 600여 점에 대한 연구가 꼭 따라야 함을 설명했다.

조형적 특징과 양식사적 위치로 연대를 뒷받침한 강우방 이화여대 미술사학과 교수, 묵서의 이두문(吏讀文)을 풀어 9세기가 불상 조성기임을 밝힌 남풍현 단군대 국어국문학과 교수도 종합적인 문화재 연구의 한 모범을 보여주었다.

이번 학술강연회를 연 해인사 주지 현응 스님은 "18일 친견법회가 끝나면 복장 유물 전반에 대한 보충 조사를 한 뒤 내년 1월 중순께 비로자나불에 개금을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해인사 측은 개금 전에 문화재청 등 관련 기관의 도움으로 보다 정밀한 연구가 이뤄지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055-934-3022.

합천 해인사=정재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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