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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골탈태' 역사·사상 대작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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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한국의 역사와 사상을 새로운 형식과 내용으로 재조명한 방대한 시리즈 두 종의 일차분이 잇따라 선을 보였다. 하나는 국사편찬위원회(위원장 이만열)가 5년 넘게 준비해 온 '한국 문화사'(전60권)이고, 또 하나는 한국국학진흥원(원장 심우영)이 펴내는 '한국유학사상대계'(전12권) 시리즈다.

둘 다 양과 질에서 기존의 작업들과 차별화한 모습을 보였다. '한국 문화사'는 역사에 접근하는 방식의 변화를 반영하고 있다. 딱딱한 이데올로기 위주의 정치경제사 틀 대신에 말랑말랑하고 재미있는 문화사를 다룬 것. '국가와 민족'의 역사를 강조해 온 국사편찬위원회가 기획.편집한 역사책의 변화이기에 특히 주목된다.

'한국유학사상대계'는 공자의 유학(儒學)이 삼국시대부터 조선시대까지 한국 사회에서 변주돼온 다채로운 모습을 살펴볼 수 있게 했다. 유학을 특정 철학 유파만의 학문으로 한정시키지 않은 점이 특징이다. 정치.경제.문화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함께 참여해 사회와 사상의 관계를 두루 조망했다.

◆딱딱한 정치경제사에서 말랑말랑한 문화사로=1차분 다섯 권이 먼저 나왔다. '혼인과 연애의 풍속도' '배움과 가르침의 끝없는 열정' '거상, 전국 상권을 장악하다' '근현대 과학 기술과 삶의 변화' '상장례, 삶과 죽음의 방정식' 등이다. 제목부터 유연해야 읽히는 세태의 변화를 반영하고 있다. 결혼.교육.상업 등이 고대부터 근현대에 이르기까지 어떻게 전개되었는지를 두루 조망한다. 같은 이야기를 해도 관점과 형식을 바꾸니 전혀 다른 책으로 다시 태어났다. 300~400쪽에 달하는 각권이 모두 컬러판이다.

장득진 기획실장은 "한 권에 6, 7명씩 투입되는 공동 필자들도 30~40대 연구자들이 대부분이다. 독자들에게 좀 더 가까이 다가가려는 다양한 시도"라고 밝혔다.

시리즈 준비는 2001년 시작했다. 내년 4월께 '서구 문화와의 만남과 변화의 역사' '선물 교환과 명품의 문화사' 등 2차분 다섯 권이 나온다. 2009년 60권을 완간할 계획. 총 300여 명이 필자로 참여하는 대사업이다.

◆고대부터 조선까지 한국 유학의 변천='한국유학사상대계'는 국학전문연구기관인 한국국학진흥원이 2004년부터 본격 준비한 노작이다. '철학사상'만을 다룬 두 권이 이번에 1차로 먼저 출간됐다.

1차분은 우리가 흔히 말하는 유학 분야를 다룬다. 이황과 이이의 도학(道學), 서경덕의 기학(氣學), 정제두의 양명학, 정약용의 실학(實學) 등이 어떻게 연구되었는지를 보여준다.

이런 유학 사상이 문학.교육.정치.경제.법.사회.종교.예술.과학기술 분야에서 어떻게 적용되었을까. 이는 내년부터 두 권씩 출간될 시리즈의 주제다. 2010년 12권을 완간한다는 계획. 심우영 원장은 "지금까지 한국 유학사상 연구를 총결산해 보려 한다"고 밝혔다.

배영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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