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주의소곤소곤연예가] 가수 타블로 "문예창작 대상 잊힐리야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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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얼마 전 영화보다 감동적인 배우 황정민의 수상 소감을 들으며 괜히 내 가슴이 뭉클했다. 상이란 모름지기 오직 받는 사람의 것이란 생각을 했는데, 이렇게 보는 것만으로도 설렐 수 있다니.

문득, 이 친구라면 황정민과는 또 다른 기상천외한 수상소감으로 우리를 즐겁고 놀라게 해줄 것만 같다. 올 연말 각종 가요대상 후보에 오른 유쾌한 힙합맨, 에픽하이의 가수 타블로. 미국 스탠퍼드대 영문학 학.석사 과정을 3년 반 만에, 그것도 4.0 만점이란 경이로운 학점으로 최우수 졸업한 연예가의 독특한 이력 소유자 타블로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상은 무엇일까.

"무엇보다 제가 학창 시절 가장 존경하는 분이셨는데요. 디카프리오 주연으로 영화화된 작품 '디스 보이스 라이프'로 유명한 작가이신 토비아스 울프 교수님께 2001년 문예창작 대상을 받았거든요. 그 상을 아마 평생 잊지 못할 것 같네요."

타블로의 수상작 단편소설 '시궁창 쥐'는 인생의 허무와 죽음을 담은 내용으로, 뉴욕에 사는 어느 허름한 영화 캐스팅 감독이 집안에서 우연히 고양이만 한 시궁창 쥐를 만나며 겪는 에피소드를 독특한 시선으로 그려낸 작품이다. 그러고 보니 그동안 타블로가 토크쇼에서 들려준 얘기들도 결코 예사롭지 않았는데.

"그냥 사물을 보는 관점이 남들과 조금 다른 것 같아요. 그 생각들을 글로 옮겼을 뿐인데 대상 받고 나서 제 소설의 출판은 물론 영화 시나리오 제의도 여러 번 받았어요. 제 맘에 흡족지 않아 아직 더 갈고 다듬고 있는데 언젠가는 작가 타블로를 만나실 수 있을 겁니다."

타블로와 함께 그들의 노래를 작사하는 에픽하이의 멤버, 미쓰라 진도 잊지 못할 상이 있었다고.

"공부해서 받은 상은 기억이 없는데 지금 모습 보면 절대로 상상 안 되시겠지만 제가 보기보다 참 꼼꼼해요. 덕분에 학창시절 받은 특이한 상이 있어요. '공책정리 금상'."

새끼손가락만 한 분필에 얼굴 조각을 할 만큼 유난히 손재주 많은 미쓰라 진은 촘촘한 공책 정리뿐 아니라 공책을 손수 제작하는 능력도 탁월해 요즘도 가끔 세상에서 단 하나뿐인 공책을 만든다. 처음으로 선물 받은 타블로는 이 공책에 쓴 글들을 모아 이번 앨범 노랫말을 만들었다고. 마지막으로 화면에 딱 두 번밖에 안 나온다고 해서 이름지어진 에픽하이의 멤버 '투컷'의 빛나는 상장은?

"초등학교 시절, 반에서 태권도를 무지하게 잘하는 친구가 있었는데 그 친구에게 겁없이 덤비다 맞아서 코뼈가 휘었어요. 그런데 제가 먼저 그 친구에게 화해를 신청했다고 학교에서 상을 주시더라고요. '용기 있는 어린이 화해상'."

세상은 넓고 '상'들은 참 많다. 이때, 불현듯 드는 호기심. 천재와 바보는 종이 한 장 차이라고 하는데… 혹시 그 종이가 상장?

이현주 방송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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