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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황진이 허락없이 남한서 출간"북한작가 첫 저작권 소송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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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소설 '임꺽정'을 쓴 벽초 홍명희 선생의 손자인 북한 작가 홍석중(64)씨가 12일 남한 출판사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남한에 거주하는 월북작가 유족이 국내 법원에 저작권 관련 소송을 낸 적은 있지만 북한에 주소지를 둔 작가가 직접 소송을 제기한 것은 처음이다. 홍씨의 북한 주소지는 '평양시 중구역 동흥동 132'다.

홍씨는 이날 변호사를 통해 D서적 대표 김모씨를 상대로 서울중앙지법에 낸 소장에서 "김씨가 지난해 8월 소설 '황진이'(2002년 북한에서 출간.사진)를 나의 허락없이 남한에서 출간해 피해를 보았다"고 주장했다. 홍씨는 "김씨가 '황진이'를 8만 부가량 판매한 것으로 안다"며 "판매수익금과 위자료 등을 감안해 1억5000만원을 청구한다"고 덧붙였다.

홍씨의 소송을 대리한 정연순 변호사는 "북측이 북한 저작물에 대한 권한을 위임한 사단법인 남북경제문화협력재단을 통해 홍씨가 소송을 의뢰해 왔다"며 "승소할 경우 재단을 통해 홍씨에게 배상금을 전달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원고 측은 헌법 제3조에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 도서로 한다'고 규정돼 있어 국내법의 효력이 북한에도 미치는 만큼 소송 청구 자격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D서적 대표 김씨는 "북한 저작권 단체인 '조선출판물수출입사'와 정식 계약을 체결하고 책을 발간해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한편 홍씨는 북한의 대표적 문인으로 1979부터 조선작가동맹 중앙위원회 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국내에서 작품성을 인정받아 지난해 제19회 만해문학상을 받았다.

하재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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