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능아 아들-이선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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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5월이면 만 다섯살이 되는 우리 제호는 혼자서 걷지 못하고 뛰지 못하며 자기의사를 말하지 못하는 저능아다.
깨끗한 피부에 큰눈을 감고 잡이 들었을때는 보통 아이와 다름없는 아이가 눈을 뜨면 이상한 아이로 보이는것이 싫어 울밖에 데리고 나가기를 꺼렸다.
주일이면 한번 가는 교회. 그때마다 들르는 할머니댁, 그리고 한해에 한두번 가는 외가마저 동행하는게 힘들고 남이 묻는게 싫은 생각이 들때의 나는 제호의 어미가 아니었다.
그래도 작년부터 달라져 엄마가 부엌에 가면 부엌 문턱에 걸치고 누워있고, 마루로 나가면 따라 나오고, 한번 걸음마를 시키면 양말이 흙투성이가 되고, 내 등에 땀이 젖도록 반복해도 싫증을 못느끼는지 목마른 아이에게 목을 축여줄 많은양의 수분을 어미로서 아이에게 채워주지 못하고 주저앉기를 하루에도 몇번.
어느 때는 큰아이를 위하여 어딘가에 맡기라는 누군가의 이야기를 밤사이에 생각해봤고, 새로운 동생을 얻고자하는 의미도 새김질했다. 하지만 아이로 인하여 이른 새벽 교회에 나가는 걸음을 멈출수 없었고, 순하게 참든 아이를 보면 언젠가 긴잠에서 깨어나 저벅저벅 병정같이 걸을것 같은 생각들로 나의 머리는 채위져 갔다. 우리에게 재호는 십자가였고 하나의 포부였다.
아무도 모르게 울안에서 보통 아이로 성장시켜 데리고 나가리라는 나의 생각을 누군가 바꾸게 해주었다. 그것은 아이 아빠가 잘 아시는 어른의 권고였다.그리하여 새로운 치료를 위해 삼육재활원과 한미병원·세브란스병원 (다른 저능아를 위하여 밝힘)을 찾았다.
많은 환자 속에 낀 제호가 물리치료를받는 일은 곧 나의 마음에 치료를 받는 느낌이 되어 왔다.
이 일로 하여 아이 아빠는 얼마나 감격해 하는지 모른다.

<서울관악구신림3동711의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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