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완종 2차 사면 … "MB인수위서 요청" "노 정부와 딜한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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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사면 기록은 특이하다. 두 차례 유죄판결을 받았는데 두 차례 모두 특별사면됐다. 공교롭게도 노무현 정부 때다. 사면되기 전 성 전 회장은 미리 상소(上訴)를 포기했다. 사면될 자신이 없이는 하기 힘든 결정이라고 법 전문가들은 말한다. 사면의 진실을 찾기 위해선 시곗바늘을 거꾸로 돌리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

 2005년 5월 1차 사면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은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다. 민정수석은 사면 업무를 담당한다. 그러나 문 대표는 “사면은 법무부의 업무”라며 선을 그었다. ‘두 차례 사면이 특혜가 아니냐’는 질문엔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당시 민정비서관으로 민정수석을 보좌했던 새정치연합 전해철 의원의 설명은 더 구체적이다. 전 의원은 “1차 사면 때는 당시 야당인 자민련 김종필(JP) 명예총재의 의중이 반영됐다”고 주장했다. 성 전 회장은 당시 회사 돈 16억원을 빼돌려 자민련에 불법 기부한 혐의로 기소됐다. 17대 총선 직전까지 청와대 정무수석을 지낸 유인태 의원도 “성 전 회장 사면은 JP의 몫”이라고 했다. 그는 “여당인 열린우리당이 소수 정당으로 꼼짝 못할 때 JP는 한나라당을 견제해 주는 등 고마운 사람”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자민련에 몸담았던 정진석 전 의원은 “자민련이 완전히 쪼개져 사면 당시 이미 3~4인 정당으로 쪼그라들었는데 누굴 추천하는 게 말이 되느냐”며 ‘자민련 몫의 사면’이라는 주장에 반박했다. 자민련은 2004년 17대 총선에서 참패했다. 비례대표 1번인 JP마저 낙선, 정계에서 은퇴했다.

 2007년 12월 2차 사면 당시는 이명박(MB)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된 뒤였다. 전해철 의원은 “2차 사면 땐 MB 인수위원회의 의중이 반영됐다”고 말했다.

 반면 MB 인수위 인사들은 이런 주장을 반박했다. 이상득 전 의원의 측근인 장다사로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은 “성 전 회장이 상고를 포기한 시점은 (MB 당선 전인) 11월”이라며 “그때 상고를 포기했다는 건 인수위가 가동되기 전에 이미 노무현 정부와 사면에 대한 ‘딜’이 끝났다는 것을 뜻한다”고 주장했다. 당선인(MB) 비서실 총괄팀장이던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도 “노 전 대통령이 MB에게 불만을 표출, 인사자료도 넘겨주지 않는 등 사면을 의논할 상황 자체가 되지 않았다”고 했다.

 하지만 노무현 정부의 마지막 민정수석인 이호철 전 수석의 말은 다르다. 그는 “당시 MB의 최측근 인사로 분류됐던 양윤재 전 서울시 부시장이 12월 사면에 포함돼 청와대 내에서 논란이 있었다”며 “그 정도 인물이 포함되려면 당선인(MB)이 직접 부탁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전 수석은 “당시 성 전 회장이 사면 대상인지는 논란거리도 아니었다”며 “성 전 회장은 양 전 부시장과 함께 인수위 요청으로 사면 대상에 포함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양 전 부시장은 MB가 서울시장 때 추진했던 청계천 복원사업의 추진본부장이다. 이 과정에서 비리에 연루돼 징역 5년에 추징금 1억520만원을 선고받았다. 이 전 수석의 말대로 2007년 사면 대상에는 양 전 부시장이 포함됐다. 당선인 비서실에서 활동했던 새누리당 정두언 의원은 “권력을 잡은 인수위가 사면에 관여하지 않았다는 게 오히려 비상식적인 상황”이라며 “법무부는 물론 청와대와도 사면 대상을 사전에 논의한 걸로 안다”고 했다. 그는 “당시 핵심 인사가 성 전 회장의 사면과 공천까지 특별히 챙겼다”며 “한번은 핵심 인사가 찾아와 ‘(공천을 달라는) 성완종을 어떻게 주저앉혀야 하느냐’며 하소연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강태화 기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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