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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의 녹차' 맛과 향으로 유혹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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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동군 화개면 정금리 녹차밭의 아름다운 모습.정금리에는 우리나라 최고수령의 차나무가 자생한다. [사진 하동군]

고운(孤雲) 최치원(崔致遠·857년~?)선생은 하동 화개동(면)을 ‘동쪽 호리병 속의 별천지’(東國花開洞 壺中別有天)’라고 노래했다. 이 시 구절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1월 서울에서 열린 ‘중국관광의 해’ 개막식에 보낸 축전에 인용하면서 널리 알려졌다. 호리병 속 별천지에 대한 중국인 관심이 높아지자 하동군은 즉시 중국인 관광객(유커) 유치에 나섰고, 이달 중순부터 오는 7월까지 2400명 유치에 성공했다. 군은 녹차와 산국화·생강꽃·매화꽃·목련 차 묶음 등을 개발해 유커 공략에도 나선다. 하동을 널리 알리기 위해서다.

하동 야생차는 화개·악양면 1956 농가가 1014㏊에서 연간 1972t을 생산해 180억원의 소득을 올리는 특화작목이다. 화개면 일원은 섬진강과 가까워 안개가 많고 다습하며, 밤낮의 기온차가 커 차나무 재배에 최적의 환경을 갖추고 있다.

삼국사기에는 ‘신라 흥덕왕 3년(828년) 김대령 공(公)이 당나라로부터 가져온 차 씨앗을 왕명에 따라 지리산에 심게 했다. 차는 선덕여왕 때부터 있었지만 이때에 이르러 성하였다’고 돼 있다. 차를 첫 재배한 시배지로서의 하동 차 역사를 말해주는 기록이다.

화개면 용강리의 차 시배지는 경남도 기념물 제61호다. 화개면 정금리에는 우리나라 최고(最古)수령의 차나무가 자생한다. 차의 역사성뿐만 아니라 화개·악양면 다원은 지리산 기슭의 급경사에 형성돼 자연 생태계와 경관이 우수하다. 성분과 맛, 품질면에서도 우수해 삼국~고려시대에 왕에게 진상된 ‘왕의 녹차’로 알려져 있다. 하동이 전국 차 생산량의 20%를 차지하게 된 배경이다.

하동의 전통 차 농업은 지난달 ‘국가 중요 농업유산’ 제 6호로 지정됐다. 하동 야생차의 우수성이 입증된 것이다. 국가 중요농업유산은 국가적으로 보전할 가치가 있는 것을 지정한다. 완도 청산도의 구들장 논, 구례 산수유농업 등이 지정돼 있다. 2012년 이 제도가 도입됐다.

1200여 년 향을 간직한 ‘왕의 녹차’는 지난 13일 한밭제다(대표 이재완)에서 첫 수확 됐다. 야생차는 수확 시기에 따라 곡우(20일) 전후의 우전(雨前), 5월 5일 이전의 세작(細雀),5월 20일 이전 따는 중작(中雀)으로 나뉜다. 야생차는 보통 6월까지 수확하는데, 올해 햇차는 지난해와 비슷한 ㎏당 8만~10만원 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제19회 야생차 문화축제=우수한 하동 야생차를 알리기 위해 다음달 22~25일 차 시배지 일원에서 열린다. 하동 차는 물론 하동의 문화·관광과 우수한 자연환경을 만끽할 수 있는 기회다. 녹차시장과 올해의 좋은 차 품평회, 차 시음회 등이 열리고 농특산물 판매장터가 개설된다. 윤상기 하동군수는 “하동의 차 농업을 세계중요농업유산으로 등재하기 위해 내년에 신청하는 등 글로벌 자원으로 활용하겠다”고 말했다.

황선윤 기자 suyohw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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