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적 문제 거론 삼갈 듯|"보수고수…경청하는 입장 취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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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교황「요한·바오로」2세는 자신의 진보적 대외자세에도 불구하고 방한중의 한국 정치문제에 관한 한 전통적인 바티칸의 보수성을 고수할 것이라는 게 교황청 주변의 관측이다.
정통한 바티칸소식통을 인용한 이탈리아 최대신문 코리에레 델라세라지의 교황방한 특집보도(4월21일)에 따르면 『정치문제에 대한 교황의 태도는 시종 경청하는 입장을 취할 것이라는 것』이다.
특히 한국정부를 난처하게 할 발언이나 남북문제를 거론, 북한과 공산권의 비난을 살 언동은 극력 회피할 것으로 내다봤다.
따라서 교황의 방한메시지도 많은 부분이 의례적인 내용들로 채워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그러나 교황의 한국에 대한 사목적 중요성의 인식은 아주 높다.
그는 우선 한국을 2000년대 인류세계를 이끌어갈 가장 중요한 가톨릭국가의 하나로 보고있다는 것이다.
교황「요한·바오로」2세는 예루살렘에서 카타콤베까지의 초대교회를 「제1의 교회」,「콘스탄틴」 대제 공인이후 오늘까지의 교회를 「제2의 교회」라고 부른다. 그리고 2000년대를 이끌어갈 교회를 「제3의 교회」라고 한다.
교황의 제3교회관은 한마디로 비 가톨릭지역에 가톨릭이 뿌리를 내리도록 교회가 노력하는 것이다.
바꾸어 말해 오늘날 제3세계로 불리는 아시아·아프리카·라틴아메리카의 교회가 바로 2000년대를 짊어지고 나갈 제3의 교회다.
제3의 교회에 대한 교황의 기대는 매우 크다.
그러나 아프리카는 정신문명이 박약하고, 라틴아메리카는 이미 유사 서양화됐다.
그래서 교황의 관심은 자연히 동양에 집중되고, 특히 기독교와는 전혀 다른 세계적 문명을 꽃피웠으며 앞으로도 인류 정신문화를 더욱 융성 시킬 수 있는 지역으로 주목한다.
교황의 한국에 대한 중요성 강조는 이같은 자신의 세계교회관에 기초를 두고 있다.
교황의 한국중시는 물론 인접 공산권에 대한 장래의 선교를 의식한 점도 없지 않다고 보는 견해도 있다.
코리에레 델라세라지는 『폴란드 출신 교황인「요한·바오로」2세는 자신의 조국과 한국의 역사가 강대국의 틈바구니에서 갖은 핍박을 받아온 점에서의 공감대를 강하게 느끼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교황이 한국을 2000년대 중요 가톨릭국가로 보는 이유는 「한국교회의 젊음」이다.
서양은 물론 라틴아메리카·필리핀·일본까지도 신자의 다수가 노인들인데 비해 한국은 40대 이하의 다수를 차지하는「젊은 교회」다.
그래서 그는 젊은 교회로 혁신되려면 한국교회 다와져야 한다는 생각을 확고히 하고 있다.
이같은 교황의 뜻은 그의 방한 스케줄에서도 나타났다. 장충체육관에서 갖는 「젊은이와의 만남」(5월6일 하오7시45분)은 교황 자신이 직접 넣은 것이다.
교황은 한국을 보다 잘 이해하고 대화를 진지하게 하기 위해 이미 한우근 박사의 영역본 『한국사』저술과 독일 선교사들의 한국에 대한 논문, 프랑스 신부가 쓴 『한국의 종교』 등을 섭렵했다.
【로마=이근성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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