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 80여명 집 담보 중복대출 뉴욕서 1000억원대 금융 사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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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미국 뉴욕에서 80명 이상의 한인이 연루된 4000만~1억2000만 달러(410억~1230억원) 규모의 금융사기 사건이 발생, 미 연방수사국(FBI)이 수사에 나섰다.

11일 FBI의 존 페이지 북(北) 뉴저지주 담당관에 따르면 한국계 모기지(주택담보 대출) 전문 알선업체들이 한인 주택소유자들로부터 근저당이 설정이 돼 있지 않은 깨끗한 등기서류를 넘겨받아 이를 일정 시간에 여러 은행에 동시에 제출, 한도액의 최고 4~5배에 달하는 대출금을 받아 챙겼다는 것이다.

대출 은행들은 제출된 서류만 보고 주택에 아무런 하자가 없다고 판단, 안심하고 돈을 빌려준 것으로 드러났다. 피해 은행은 모두 12개로 시티은행.JP 모건.웰스 파고.커머스 은행 등 미 유수의 은행들이 거의 포함돼 있다.

FBI는 최근 뉴욕 교민 언론과 접촉, 사건 개요를 설명하고, 수사에 협조해줄 것을 당부했다. 이번 사건은 미 동부에서 발생한 한인 관련 금융 범죄로서는 역대 최대 규모로, 이 지역 한인들의 신용에 적잖은 타격을 줄 것으로 보인다.

사기 사건을 주도한 한국계 모기지 전문 알선업체인 A사는 80여 명의 한인들에게 모기지를 받게 해준 뒤 중복된 대출금과 고율의 커미션을 받아 챙겼다.

A사는 대출금 규모를 늘리기 위해 빌린 돈이 있어 근저당이 설정된 주택에 대해서는 집 주인에게 돈을 빌려줘 이를 없애기도 했다.

FBI 측은 "모기지 브로커들이 한국으로 도피했거나 뉴욕 일원에 숨어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며 "한국 도피가 확인될 경우 송환 절차를 밟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뉴욕=남정호 특파원, 뉴욕지사=이준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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