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비친 일본TV 전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일본의 방송위성이 발사한 NHK-TV시험방송 전파가 우리 나라 안방까지 침투하리라 던 예상은 과연 적중했다. 최근 삼성전자 종합연구소는 이 방송위성에서 발사하는 TV 화면을 불과 3·6 m의 접시형 안테나로 포착해 우리 나라 전역이 일본TV를 선명하게 볼 수 있는 시대가 멀지 않았음을 확인했다. (2O일자 중앙일보)
특히 이 TV전파는 아직 시험단계이긴 하지만 당초 일본이 우리 나라에 통보해온 것보다 훨씬 강력하며, 소형의 접시형 안테나로도 수신이 가능한 것으로 밝혀졌다. 따라서 적은 비용으로도 안테나와 주파수 변환장치를 마련할 수 있으며 집단주거지역에 공시청 설비를 할 경우 가벼운 부담으로 일본TV를 시청할 수 있게 될 것 같다.
전파란 사실상 국경이 없다. 누구든지 시도만 하면 수신할 수 있다. 바로 그 점이 일본TV 수상에 부정적인 생각과 함께 우려를 낳기도 한다.
그 한가지는 전파를 받게 되는 나라의 입장에서 선별의 장치를 둘 수 없이 무차별로 문화적 침식을 당한다는 점이다. 사회적 규범과 문화적 풍토가 다른 국가 사이에 문화교류란 어느 정도의 절도와 한계가 있어야 한다. 특히 일본의 경우는 연극·영화·연예·오락물의 대한 진출이 극히 제한돼 있는 실정에 비추어 보면 갑작스런 일본TV프로의 전면적 수용이 우리에게 줄 충격은 적지 않을 것이다.
또 한가지는 세계의 움직임이나 시사적인 문제가 한국적인 시각에서가 아니라 제3국의 시각이 그대로 소개된다는 점이다.
문제는 지금까지의 국제 관례상 그런 문제가 논란의 불씨가 되기는 했어도 우주전파의 사용에는 기득권이 중요시되어 왔다. 실제로 상대방에게 어떤 제약을 가할 수 없는 것이다.
다만 이에 대응해서 우리도 강력한 출력을 가진 방송위성을 발사하는 방법이 있겠으나 이 계획은 87년 이후에나 가능하다. 일본 위성방송수신에 필요한 장비의 판매나 사용을 금지하는 것도 고려될 수 있다. 이는 행정력을 필요로 하는 규제수단에 지나지 않는다. 부산에서의 일본TV 시청규제가 유명 무실해진 선례는 참고할만하다.
결국 우리는 외부로부터의 강력한 문화 충격을 기피하는 소극적인 자세보다는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자세가 요구된다.
외국 문화에 대해 우리가 피해의식에 젖어 수동적으로 방어자세만 취할 일이 아니다. 각종 통신과 교통수단의 발달로 지구는 하나의 마을(지구촌)이 되어가고 있다. 이것은 공간과 시간의 개념 변화인 동시에 문화가 더 이상 폐쇄적인 고유성만을 고집할 수 없다는 시대적 조류를 의미한다.
우리가 이러한 상황에 대응하는 방법은 적극적이고 능동적이어야 한다. 일본TV 전파의 침투를 두려워 할 것이 아니라 우리도 하루 속히 방송 위성을 쏘아 올려 우리의 TV전파를 일본으로 발사해서 우리문화를 침투시키는 작업을 서두르고, 다른 한편으로는 우리의 TV문화도 지금의 타성과 고식에서 벗어나 일본에 비해 손색없는 프로를 제작해야 할 것이다.
우리TV프로의 질적 향상이 그 어느 때보다도 요구된다는 얘기다. 관련 전문인들의 자질과 기술의 발전을 지금부터라도 서둘러야 할 것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