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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망 속의 희망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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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22일은 기독교인들의 가장 큰 경축일인 부활절이다.
성탄절은 그리스도가 인간의 몸으로 세상에 태어나 역사 속에서 인류의 구제에 투신한 사실을 축하하는 행사에 그친다.
그에 비해 부활절은 어느 면에서 예수의 그리스도 됨을 더욱 단적으로 표현하는 뜻깊은 날이다.
그것은 이날 그의 고난과 부활로 해서 인류의 고통과 빈곤과 절망이 희망과 용기로 승화되는 계기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2천년 전에 예수의 죽음은 로마의 억압과 「헤롯」의 착취, 그리고 이들에 기생하는 종교지도자들이 공동으로 수행한 음모였다.
현실적으로 버림받고 괴로움 당하는 소외 계층 사이에서 그들의 친구가 되고, 믿음이 되었던 예수에 대한 미움이 만들어낸 범죄이기도 했다.
생명의 존귀함과 인간적 삶에 허기진 사람들에게 절망 대신 희망을, 부조리 대신 정의를 추구하게 했던 예수의 입장을 이날 기독교인들은 되새길 필요가 있다.
더우기 죽음에서부터의 부활 그 자체는 예수의 죽음까지 몰고 온 현세적 권력의 승리가 결코 참된 정의가 아님을 입증하고 있다. 참된 삶을 추구하다 패배해서 죽음을 당했다고 그것이 패배요 종말이 아니라는 사실을 증거 하는 것이다.
절망과 고통은 현실세계의 모든 사람이 겪어야하는 도정이지만 그런 인생에서도 희망과 용기를 가지고 올바른 삶을 추구하는 것의 절대적 필요를 강조한 것이 바로 「부활」이겠다.
그 고통이 개인적 시련이 되는, 사회와 국가의 고통이 되든, 더 나아가 전체인류의 조건이 되든지 간에 중요한 것은 그 고통과 절망을 인내로 극복하는 용기요,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신념일 것이다.
험하고 어두운 세계를 다만 절망하고 순종함으로써 받아들일 것이 아니라, 밝고 활기찬 세계를 만들기 위해 사람이 스스로 노력하는 것의 중요성이 여기에 새롭게 떠오른다.
인간의 세계는 다만 죄의 땅일 수 없으며, 인간의 역사가 불의와 비극으로 끝날 수만은 없다는 신념도 필요하다.
예수가 이 땅에 와서 인간의 아픔을 스스로 겪어야했다면, 그리고 그가 역사 속에서 사랑의 삶과 정의로운 사회를 추구한 것이 사실이었다면, 마땅히 기독교인들은 이 땅의 행복추구에 헌신 노력해야할 의무를 갖는다.
그 점에서 생각하면 부활절은 예수의 고난을 구경하는 기독교인의 명절행사로 그칠 수만은 없다.
예수가 죽음의 부활가운데서 보여주었던 인간해방과 영원한 정의·평화의 승리를 되새길 줄 알아야겠다.
개신교선교 1백주년과 가톨릭 전교 2백주년을 맞는 올해의 부활절은 특히 우리 기독교인들에게 자기 반성과 사랑의 실천을 통한 신앙적 재생의 계기로 나타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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