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박 대표 "전교조 손에 아이들 못 맡겨"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4면

9일 오후 국회 본회의가 시작되기 전 본회의장 진입을 둘러싸고 여야 의원 및 당원들 사이에 벌어진 몸싸움으로 인해 회의장 출입문 유리창이 깨졌다. [연합뉴스]

한나라당이 열린우리당의 사립학교법 개정안 강행 처리에 대해 강력히 반발하며 의사일정 보이콧 등 대여 강경 투쟁에 나섰다.

박근혜 대표는 사학법이 처리된 뒤 열린 의원총회에서 "전교조의 손에 아이들 교육을 맡길 수 없다"고 선언했다. 또 "오늘 여당의 행위는 국민을 배신하고 체제를 부정한 것인 만큼 원천 무효"라며 "모든 것을 버릴 각오를 하자"고 말했다. 그는 "어떤 법이든 야당을 무시하고 숫자로 밀어붙이면 된다면 여당이 어떻게 제대로 된 의정활동을 한다고 할 수 있느냐"면서 "헌법을 무시한 법을 앞장서서 통과시킨 의장을 우리는 의장으로 인정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박 대표는"체제 전복을 조장하는 법을 다수결로 처리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박 대표는 '국민께 드리는 글'을 발표, "(여당의 사학법을)몸으로라도 막겠다는 저의 의지가 날치기 통과로 무산되고 말았다"고 호소했다. 박 대표는 글에서 "그들(정부.여당)의 목적은 우리 아이들에게 그들이 원하는 반미.친북의 이념을 주입시키려는 것"이라며 "저와 한나라당 의원들은 이 땅의 모든 부모님들과 함께 싸워나가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강재섭 원내대표는 "(법안 통과를)막는다고 했는데 못 막은 만큼 책임을 져야 한다"며 사퇴 의사를 밝혔다. 강 원내대표는 "앞으로 국회의 모든 일정을 거부한다"며 "한나라당은 사학법 무효와 헌정 파괴 규탄, 범국민 대회를 여는 등 장외투쟁을 포함한 모든 방안을 강구하고 실천하겠다"고 말했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표결 직후 의총을 열어 정부.여당을 성토했다. 의총장에서는 "이라크 파병연장 동의안을 절대로 통과시켜 주지 말자"는 등의 강성 발언이 잇따랐다. 이계진 대변인은 "일부 의원은 발언 도중 울먹였고 박 대표의 마무리 발언에서는 목소리가 가늘게 떨렸다"고 전했다. 이어 한나라당 의원들은 오후 4시30분쯤부터 본회의장에 모여 사학법 개정안의 "원천 무효"를 주장하며 농성에 들어갔다.

의원들은 성명을 통해 "노무현 정권과 열린우리당이 날치기 처리한 사학법은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정면으로 부정하는 헌법질서 파괴 법안"이라며 "국기를 뿌리째 흔드는 악법인 이 사학법은 불법처리됐으므로 원천 무효"라고 주장했다. 또 "신원불명의 사람들이 국회 본회의장을 원천 봉쇄하고 폭압적인 방법으로 법안 처리를 강행한 것은 야당과 국회의 존재를 부정한 행위"라고 성토했다. 이계진 대변인은 "혼란 중에 타 의원의 버튼을 누른 의원이 다수 있다고 본다"며 투표 순간의 사진에 대한 판독을 요구했다.

한나라당의 무한투쟁 선언으로 당분간 대치국면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당초 여야는 2006년 예산안 처리 등을 위해 임시국회를 열기로 묵시적으로 합의했다. 8.31 부동산대책 후속 법안 등도 시급하다. 특히 자이툰 부대의 파병연장 동의안에는 민노당 등이 반대하고 있어 여소야대 상황에 처한 열린우리당으로서는 한나라당의 협조가 절실하다. 하지만 현재로선 어느 것도 처리 전망이 서지 않는다.

양측은 앞으로 명분을 선점하기 위한 홍보전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벌써 열린우리당 전병헌 대변인은"한나라당의 후진적인 정치문화와 반의회적인 의사 방해 행위를 강력히 규탄한다"면서도 "한나라당은 임시국회를 조속히 정상화시켜 예산안 및 민생 입법을 함께 처리해 줄 것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민생'을 고리로 압박하는 전술이다.

결국 여야 대치는 상당기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은 일정기간 냉각기간을 가진 뒤 협상에 나서리라는 게 정치권의 전망이다. 국가보안법 폐지와 저지 대치로 얼룩져 12월 31일까지 임시국회를 열어 법안과 예산안을 처리했던 지난해 국회 상황을 되풀이할 가능성이 커졌다.

이철희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