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대학생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미 이즘」에서 「위 이즘」으로-.
이것은 요즘 미국 잡지들이 즐겨 관심을 보여주는 테마다. 자기 중심주의에서 공동체 중심 의식으로 바뀌어 가고 있는 사회현상의 한 단면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말이다.
지난 4월 첫 주 타임지에 이어 이번엔 유에스 뉴스 앤드 월드 리포트지 (4월l6일)도 비슷한 주제를 다루었다. 『대의를 찾는 미국 젊은이』라는 제목과 함께 미국 대학생들의 동향에 주목했다.
불과 15년 전만 해도 미국의 젊은이들은 마치 데모를 위해 태어난 세대 같았다. 대학 캠퍼스도, 사회도, 모든 광장, 모든 매스컴들이 그런 데모에 들떠 있었다. 반전(베트남전쟁)데모와 민권데모로 세계의 귀가 따가 왔다.
그러나 오늘의 미국에선 어디서도 그런 격낭을 볼 수 없다. 그저 작은 목소리의 자잘한 데모가 있는 둥 마는 둥이다. 이를테면 임신중절반대·찬성, 핵전쟁 반대·찬성, 친 이스라엘·친 아랍 데모가 엇갈리고 있을 뿐이다.
그 원인이 무엇일까. 견해가 일치하지는 않지만 몇 가지로 정리해볼 수 있다.
첫째는 구심점이 되는 단 일 문제의 부재. 미국대학생들은 경제적 안정감 속에서 그들에게 정말 중요한 문제가 무엇인가 을 골똘히 생각하고 있다. 비교적 큰 문제가 있다면 핵에 대한 반응이다. 3분의1의 대학생들이 그들 세대에서 핵전쟁이 일어날 것이라고 믿고 있다.
둘째는 학생들의 중립적 입장 고수. 한쪽에선 미군의 그레나다 섬 침공을 비판하는 모임이 열리고 있는가 하면, 저쪽에선 「레이건」대통령의 용기를 환영하는 집회도 열리고 있다.
셋째는 애국심의 고조. 한가지 구체적인 사례로 대학마다 ROTC등록이 만원이다. 어떤 대학은 불과 4, 5년 사이에 4배나 늘어났다.
넷째는 말(레터리크)보다 실천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경향이다. 70년대는 그 반대였다.
다섯째는 미래지향적 사고다. 그것은 게트 어헤드(get ahead), 베스트 푸트 포워드(best foot forward)라는 말로 표현되고 있었다.
월드리포트지가 인용한 시카고 대학 학생처장 「I·콘리」의 말이 인상적이다.
『오늘의 학생들은 타협하고 싶어하고,다 른 사람의 말에 더 귀를 기울이고 싶어합니다.』
지금 바깥 세계는 눈을 씻은듯이 변해가고 있다. 젊은이들의 세계마저도-.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