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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오+화면」식 프로는 곤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2면

○…각 매체가 지니는 특수성은 프로그램을 이끌어가는데 중요한 영향력을 미친다. 매스컴학자인 「맥루언」의 매체결정론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활자매체, 라디오매체, 그리고 TV매체가 갖는 속성과 특수성에 따라 같은 메시지를 전하는 프로라도 구성과 형식이 달라야한다는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TV의 공개성·직접성은 같은 전파매체라해도 라디오의 속성과 큰 차이를 갖는다. 따라서단순히 라디오식 프로에 화면만을 더해서는 엄격한 의미에서 TV프로라고 볼수 없다.
MBC-TV가 84춘계프로개편으로 선보인 『어떻게 할까요』가 바로 그 좋은예다.
『어떻게…』는 인생문제·가정문제에 주로 초점을 맞춘 상담프로그램이다. 방송 첫날인9일에는 강간을 당한 자매의 고민을, 10일에는 가정을 버리고 떠돌아 다니는 남편을 둔 아내의 고민을, 11일에는 비뚤어진 10대 아들을 둔 어머니의 고민등을 방영했다.
두명의 남녀진행자가 나오고, 전문가 두사람이 나와 상담가의 고민을 듣고나서 조언을 하는 식으로 구성된 이 프로그램은 상담자의 뒷모습이 화면에 나타나고 전문가및 진행자의얼굴이 보여진다는것에서 라디오 상담프로와 차이가 있을뿐 전혀 구성·형식면에서의 차이점을 발견할수 없다. 라디오프로그램에 화면만을 첨가한 셈이다.
제작자의 얘기를 빌면 일본 NHK에 이와 유사한 상담프로그램이 있어 높은 시청률을 자랑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사생활의 공개보다는 은폐심리가 강한 우리민족에게 극히 개인적인 상담문제를TV라는 공개성을 지닌 매체가 다루는것이 적합한지에 대한 검토가 우선돼야 했던것이 순서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담프로그램을 꼭 만들어야 했다면 TV매체에 적합한 형식과 구성은 어떠해야 하는가를 고안해 냈어야 옳았다.
「TV사상 첫 상담프로」라는 선정용 문구에 제작자들이 너무 집착한게 아닌가싶다.
라디오프로그램과 변호를 가져오기 위해서 부문별로 상담전문기관을 찾아 전체적인 실상과 문제점등을 살펴본후 구체적 사례로 상담자가 등장하는식의 구성을 통해 상담자 자신도 어떤 문제가 있는지를 시청자와 함께 생각해보는 방안은 어떨까.
TV상담프로발전을 위한 다양한 모색이 있어야겠다.

<홍은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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