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 8·31 후속법안 표결 강행 … 국회 파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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쟁점법안 처리 방안 등을 논의하기 위해 8일 낮 여의도의 한 음식점에서 열린우리당 정세균 원내대표(왼쪽)와 한나라당 강재섭 원내대표가 만났다. 국회사진기자단

국회에 전운(戰雲)이 짙게 드리웠다. 열린우리당이 7일 밤 재경위 조세소위에서 8.31 부동산대책 후속 법안의 표결을 강행한 데 따른 파장이 작지 않다. 당장 한나라당이 의사 일정 보이콧에 들어가면서 국회가 삐걱대기 시작했다. 게다가 9일 사학법 개정안의 본회의 직권상정까지 예정돼 있어 정국의 긴장도가 급격히 높아졌다.

한나라당은 박근혜 대표부터 격앙돼 있다. 박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이런 식으로 야당을 무시하고 마음대로 표결해 버린다면 야당이 왜 필요하냐"고 성토했다. 사학법 개정안에 대해서도 "이런 문제엔 포퓰리즘이 개입되면 안 된다. 무모하게 이 개정안을 밀어붙이면 심각한 사태가 초래될 것"이라고 실력 저지 방침을 못 박았다. 최근 들어 가장 강경한 어조다.

강재섭 원내대표도 "정책위의장단끼리 부동산 법안과 감세안을 놓고 협상을 잘 진척시키고 있는데 느닷없이 야밤에 부동산 법안을 강행 통과시켜 뒤통수를 때렸다. 그동안 쌀 비준안, 항운노조법 등 여당 요구를 다 도와줬는데 이럴 수가 있느냐"며 흥분했다. 의원들도 의원총회에서 지도부의 정면 투쟁 노선에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주는 모습이었다.

한나라당은 이병완 청와대 비서실장이 광주에 내려가 '수구세력'을 강력 비난한 날(7일) 여당이 국회에서 강공으로 선회한 것은 우연의 일치가 아니라고 본다. 이계진 대변인은 "청와대와 여당이 향후 정국을 어떻게 이끌어갈지 보여주는 방향 암시"라고 주장했다.

반면 열린우리당 정세균 의장은 의원총회에서 "재경위 조세소위에서 표결 처리한 것은 국회법 절차에 따른 정당한 것"이라며 "한나라당이 언론용과 상임위용 당론이 따로 있고, 개별 의원들은 또 다른 주장을 하는데 그럼 어떻게 하라는 것이냐"고 반박했다.

한나라당 소속인 박종근 재경위원장이 소위를 통과한 부동산 법안의 처리를 막기 위해 전체회의 소집을 거부하면 위원장 의사 기피로 간주해 여당 간사가 의사봉을 쥔다는 방침도 세웠다. 그러면서도 원혜영 정책위의장은 한나라당의 감세안 중 '결식아동 기부금 전액 손금산입' 등 일부 사항은 수용할 수 있다는 뜻을 내비치는 등 강온 양면 전략도 구사했다.

그러나 이해찬 총리는 이날 고위당정협의에서 한나라당의 택시LPG 특소세 면제 요구에 대해 "여당이 만약 이를 받아들이면 정부는 거부권이라도 행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고 한 참석자가 전했다. 이 발언이 알려지자 한나라당은 "서민을 위한다는 참여정부의 총리가 할 소리냐"며 펄쩍 뛰었다.

김원기 국회의장은 이날 '반쪽 본회의'를 시작하면서 "세계 어느 국회도 물리력으로 의사 진행을 방해하는 경우는 없다. 반드시 원칙대로 하겠다"고 말해 사학법 개정안 직권상정 방침에 변함이 없음을 내비쳤다.

김정하.김선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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