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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국회] 'PD 수첩' 사태를 방송개혁 계기로 삼아야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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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사태는 황우석 교수의 배아줄기세포 진위 논란과 관련한 보도를 하면서 ‘PD 수첩’ 제작진이 취재윤리를 위반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대국민 사과와 함께 PD수첩을 포기 함으로써 양측 간의 공방이 진정 국면을 맞고 있다.

그런 가운데 미국의 시사잡지 ‘타임’은 최신호에서 황우석 교수팀이 성공한 배아줄기세포를 최대의 뉴스로 꼽았다. 물론 최근의 언론 보도로 인해 그의 명성이 추락했다는 사실도 언급하고 있다. 이처럼 이번 쟁점은 이미 국제적 관심사로 떠올라 있다. 과학계 일각에서는 자칫 어렵게 쌓아 온 우리의 과학연구 성과가 한꺼번에 의심받고 무너져 버릴 여지가 높다고 우려하고 있다.

이번 공방의 과정은 MBC뿐만 아니라 나머지 언론사들의 소아병적 보도 자세에도 많은 교훈을 남겼다. 그동안 MBC와 갈등을 가졌던 일부 언론은 쟁점의 진위를 밝히기 위한 어떠한 노력도 하지 않은 채, MBC 흠집내기에만 혈안이 되어 네티즌들의 뒤에 숨어 교묘하게 이들을 부추기는 방식으로 여론을 몰아가는 모습을 보였다. 또한, 과학 보도에 대한 전문성의 부족, 생명윤리에 대한 방향성 및 대안 제시 실패로 스스로 공신력을 떨어 뜨렸다.

언론은 사회적 어젠다가 제기되면 중심을 잡고 차분히 구체적인 방향을 제시해야 한다. 인터넷 같은 감각적인 매체가 네티즌을 중심으로 한쪽으로 몰려간다면, 신문과 방송 같은 전통적인 매체는 보다 심층적이고 객관적인 내용을 브리핑해 줄수 있어야 한다.

이번 논쟁을 통해 황우석 영웅만들기가 가져온 파문이 얼마나 컸는지를 뼈저리게 느낀 만큼 지금부터라도 차분하게 배아줄기세포 기술이 가져올 긍정적인 면과 함께 개선해야 할 점을 지적, 국민들에게 올바르게 인식시켜 주어야야 한다.

언론 보도는 '블랙홀'에 빠트리는 '제로섬 게임' 아니다

그동안 MBC는 사고의 연속이었다. 명품핸드백 파동, 프로커 홍모씨와 MBC기자의 유착관계 폭로, 성기노출 사고, 상주공연장 참사, 시청율 하락, 광고주 이탈, ''PD수첩''의 ''황우석 죽이기'' 미수 사건까지 헤아릴 수 없이 많다.

이것은 비단 MBC뿐만이 아니다. KBS는 경영진의 방만한 운영으로 사상 유례 없는 적자를 내고 정부에 손을 벌리는 처지가 됐고, 편파보도로 구설에 오르곤 했다.

방송이 왜 이 모양인가? 한 마디로 언론이 권력화 되고, 권력자의 의도에만 충실하면 그 누구로부터도 통제를 받지 않으면서 형성된 방송의 교만에 그 원인이 있다.

과거 한때 메이저 신문들이 ''언론권력''으로 불리던 시절이 있었다. 그런 언론사 사주나 기자들이 부적절한 언동을 해서 지탄을 받는 경우도 없지 않았다. 그러한 폐습이 쌓여 소위 언론개혁운동의 빌미를 제공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 언론권력으로 군림하는 것은 ''방송''이다. 대통령이 방송국을 찾아가 ''방송이 아니었다면 내가 어떻게 대통령이 될 수 있었겠느냐?''고 인사를 하는 사회에서 우리는 살고 있다. 국회 재적 2/3 이상의 찬성으로 탄핵소추된 대통령을 살린 것도 방송이다.

우리 사회의 새로운 권부로 등장한 시민운동은 ''신문''개혁에만 열을 올리고 있을 뿐, 신문보다 훨씬 독과점적이고, 국민 의식에 대한 침투성이 강하며, 편파성이 짙은 방송에 대해서는 ''나 몰라라''하는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한 마디로 오늘날 우리 방송은 권력과 코드를 맞추는 한, 그 누구로부터도 ''견제받지 않는'' 절대권력을 누리고 있다. 방송이 다투어 사고를 내도, 그 스스로 무엇을 잘못했는지조차 몰라 고개 빳빳이 들고 국민들을 향해 대거리를 하는 것도 방송이 얼마나 권력화됐는지를 잘 보여준다.

MBC사태를 계기로 ''무풍지대'' 방송개혁 서둘러야

MBC ''PD 수첩'' 사태는 PD수첩만의 문제도 아니고, MBC만의 문제도 아니다. 대한민국 방송 전체의 문제인 것이다.

이번에 시민들은 방송시청거부, ''PD수첩'' 광고주들에 대한 보이코트 경고 등을 통해 ''PD수첩''의 ''황우석 죽이기''를 저지하고, MBC에 준엄하게 경고했다. 이는 분명 시청자 주권의 승리다. 그 힘을 ''방송개혁''운동으로 승화시켜야 한다. 그리하여 방송의 중립성과 전문성을 보장받아야 한다.

''신문개혁=언론개혁''이라는 희한한 등식을 세우고 ''언론개혁''을 소리높여 외쳐온 언론개혁 관련 시민단체들이, 그들의 주장을 잘만 받아들이던 정부가, 유독 방송의 잇단 잘못에 대해서는 ''봐주기''로 일관하고 있는 것, 방송을 개혁하기 위한 어떠한 시도도 하지 않고 있는 것은 권력과 시민단체와 방송이 불순한 ''내연의 관계''를 맺고 있다는 반증이다.

오히려 공영방송의 탈선을 감독해야 할 정부와 방송위원회가 탈선을 부추기고 있다. 방만한 경영으로 방송사의 수익이 악화됐다 해서 공중파 TV의 낮방송을 허용하고, 중간광고 간접광고를 허용해 KBS와 MBC에 수백억원의 광고수익을 안겨주겠다는 것이다. 이건 방송사더러 경영혁신을 하지 말라는 것과 다름 없다.

‘개혁’이란 단어를 조직 이름에 끼워 넣은 자칭 언론단체들도 공영방송의 탈선 문제만 나오면 꿀먹은 벙어리다. 정권과 방송사와 수상한 언론단체가 한 배를 타고 있기 때문이다.

“훌륭한 국민만이 좋은 방송을 가질 수 있다”는 ‘공영방송 발전을 위한 시민연대’의 선언문처럼 이제는 우리 국민들 스스로가 우리들의 방송을 되찾기 위해 나설 수밖에 없는 것이다.
[디지털국회 박민선]

(이 글은 인터넷 중앙일보에 게시된 회원의 글을 소개하는 것으로 중앙일보의 논조와는 무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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