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미보다는 사생활 보호 우선돼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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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사생활권은 헌법에도 명시돼있는 중요한 기본권리중의 하나다.
그런데 그것이 공인일 평소 일반인이 느끼는 흥미와 뗄 수 없는 관계를 맺게 돼 뉴스 가치를 판단하는데는 상당한 어려움을 일으킨다.
공인의 사생활을 보호할 것이냐, 일반 사람들의 흥미를 충족시켜 줄 것이냐에 대한 갈등은 보도물의 제작에선 항상 따르게 마련이다.
그러나 어떤 경우에 있어서도 보도의 기본자세는 사생활 보호에 초점이 맞추어져야한다는 것은 세계 공통의 언론관이다.
KBS 제1TV가 봄철프로개편으로 지난주부터 선을 보인『KBS 스포츠센터』에서 의도적인 사생활 침해 현장이 공공연히 방영돼 시청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스포츠가 국민적 관심사로 등장하면서 운동선수들은 현대가 낳은 또 하나의 대중스타로 부상했다. 선수의 손짓 하나, 몸짓 하나까지도 대중들의 관심을 끌게되었다.
이런 점에 착안, 선수들의 운동장 뒷모습을 보여준다는 긍정적 측면에서 이 프로그램은 5일 태릉선수촌 합숙소를 찾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화면에 나타난 것은 땀흘려 기량을 연마하는 선수들의 모습보다는 그들의 극히 개인적인 것들에 오히려 초점을 맞추고 있었다.
공중전화를 걸고 있는 한 선수의 모습을 비추고 이어『집에 전화했다』는 대답을 무시한 채 『애인에게 전화한 게 아니냐』고 다그쳐 묻는가 하면 한 축구선수가 한 양궁선수와 함께 가는 모습을 카메라로 잡고 『우연히 함께 간것』이라는 설명에도 『데이트냐』고 2∼3차례 따져 묻는것은 스캔들을 야기하려는 의도적 행위였다.
또한 선수들의 사생활 보호를 위해 침실을 공개할 수 없다는 선수촌측과 취재진과의 실랑이를 여과없이 방영함으로써 선수촌에 대한 시청자의 의혹을 유도한 것도 프로그램의 품격을 떨어뜨리는데 한몫을 했다.
선수촌의 부정적 측면을 고의로 유도해 가면서 프로그램을 제작한 것은 사생활 침해라는 표면적 부작용뿐 아니라 많은 다른 선의의 선수들까지도 국민들의 신뢰감을 잃게해 의욕을 떨어뜨리는 잠재적 역기능을 낳는다는 것을 제작자들은 잊지 말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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