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의 날」맞아 알아본 소아병원 문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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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은 세계 보건의 날. 세계보건기구(WHO)는 금년도 사업목표를 아동보건향상에 두고「어린이의 건강은 내일의 재산」이라는 표어를 채택했다. 보사부도 제12회 보건의 날 표어로「어린이의 건강증진 내일의 국가번영」이라는 보건표어를 내놓고 있다.
모두가 어린이 건강의 중요성을 일깨워주는 표어들이긴 하지만 우리의 어린이들은 다른 나라 어린이나 또는 어른들에 비해 정당한 대접을 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런 예들 가운데 하나가 우리나라엔 아직도 어린이를 위한 종합병원이 현재 건설중인 서울대학교 병원의 소아병원외에는 하나도 없다는 점이다.
우리 나라의 15세미만 아동인구는 총인구의 35%나 되는 1천3백여만명이나 되고, 병·의원을 찾는 소아환자수도 매년 평균 21·2% (77∼80년의 24개 종합병원 통계)라는 큰 비율로 늘어나고 있다. 또한 현대의학의 추세가 점차 전문화·세분화되어가고 있는 점에 비하면 어린이 진료에 너무 무관심했다고 밖에 볼 수 없다.
「어린이의 건강문제는 사회와 국가가 책임져야 할 중요한 과제」라고 밝히고있는 보사부도 이 문제에 대해서만은 아직 아무런 계획도 내놓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소아병원의 필요성에 대해 서울대 의대 김우기교수(소아외과학)는 『우선 어린이는 어른과는 생리적·심리적 특성이 다르고 질병의 양상도 다르며, 같은 병이라도 경과가 다르고 잘은 약이라도 치료에 대한 반응이 다르다』는 점을 들고 있다.
예로 어른의 경우 체중 Kg당 1일 30cc의 물이 필요하지만 어린이는 1백∝가 필요하다. 즉 신진대사가 어른보다 3배나 빠르고 그만큼 병의 진행 속도도 빠르며 또 어린이(만1세아)의 출혈 1백∝는 어른의 6백cc에 맞먹을 정도로 안전 허용 범위가 좁다는 점등이 어린이 치료의 특수성을 잘 말해준다.
연세대의대부속 영동병원의 김병길 교수(소아과학)는『어린이는 가정 또는 학교와 다름없는 안정된 분위기와 어린이의 신체적 특성에 맞는 시설에서 어린이만을 전문적으로 담당하는 의사와 간호원과 의료기사에 의해 보살펴져야 하며 이것은 세계적인 추세이기도 하다』고 말하고 미국에서는 어린이 진료수가가 어른의 두 배나 되는것도 어린이 진료가 그만큼 중요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의학은 급속도로 발전되고 세분화되어가고 있어 어느 한 의사가 전 연령층의 모든 질환을 다 다룬다는 것은 힘든 일이다.
그래서 어른의 경우 2O세에 가까운 진료과로 나뉘어 있고 내과만 하더라도 소화기·순환기·호흡기·알레르기·신장·내분비·종양·신경과 등으로 전문화되어 있는데, 어린이도 어른의 축소판이 아닌 별개의 성장체라는 점에서 어른과 같은 전문적 진료를 받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우리 나라는 서울대병원등 일부 병원에서 소아 외과·소아정신과정도가 분리되어 있을 뿐이다.
미국에서는 1855년에 필라델피아 소아병원이 처음 설립된 이래 20여개의 소아병원이 있고 이밖에도 대부분의 대학병원이나 종합병원에 부설 소아병동이 있으며 일본에서는 64년에 설립된 국립아동병원을 비롯해 큰 도시에는 아동병원이 하나씩 있다.
소아병원은 3∼4차 의료기관으로서 특수질환의 진료를 비롯해 응급진료·재활의료·장애자훈련·특수검사·유전성 질환 및 선천성 기형아의 예방치료와 소아과학 전반의 연구와 교육, 전문인력 양성의 기능도 수행하며 입원 재학생에 대한 교육기능도 갖추는 것이 일반적인 경향이다.
관계자들은 소아병원이 서울에 2∼3개, 5대도시에1개씩은 있어야하며 종합병원이상에는 소아병동만이라도 따로 두어야한다고 말한다.
한편 82년 l2월에 착공해 내년10월15일에 준공예정인 서울대병원 소아병원은 2백85개 병상규모에 1일 외래환자 5백명 이상을 진료하게되고 소아용 X선 촬영장치·소아용 임상검사장치등 소아전용장비와 소아에 맞는 아늑한 분위기로 꾸며지게 된다고 김광우교수(서울대병원기획관리실장)는 말한다.
또 진료과목도 세분해 소아(내)과· 소아피부과· 소아정신과· 소아흉부외과· 소아비뇨기과· 소아외과· 소아이비인후과· 소아성형외과·소아안과· 소아정형외과· 소아신경과· 소아치과· 소아방사선과·소아 임상검사과 등 15개과를 둘 예정이다.<신종오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