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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olDrinker] 오이술·양파술 소용 없어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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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실 때 부드럽게! 다음날 상쾌하게! 이 세상 모든 술꾼들의 지상목표다. 이 숙제를 풀기 위해 오늘 밤도 이 술집 저 술집에선 실험이 진행 중. 섞어도 보고, 썰어도 보고…. 그러나 이런 실험 대부분이 근거없는 것들이다. 한국음주문화연구센터(www.karf.or.kr) 제갈정 수석연구원의 도움을 받아 술과 관련된 그릇된 속설들을 파헤쳐봤다.

글=남궁욱 기자<periodista@joongang.co.kr>
사진=권혁재 전문기자 <shotgun@joongang.co.kr>

1. 독한 술은 순한 술과 섞어 마셔야 한다?

주로 '폭탄주' 애호가들이 내세우는 주장이다. 물론 말도 안 되는 소리다. 알코올 도수 40도짜리 양주를 4도짜리 맥주에 타면, 도수는 분명 떨어진다. 평범한 맥주잔에 스트레이트 한 잔 분량의 양주를 탔을 때 도수는 11도 안팎. 그러나 문제는 10~13도 정도가 인체에 가장 잘 흡수되는 알코올 농도라는 것이다. 게다가 폭탄주를 홀짝거릴 수 있는 술자리는 흔하지 않다. 대부분 '원샷'을 해야 하는 것. 그러다 보니 순수한 알코올만 20g 정도를 한꺼번에 쏟아붓게 된다. 이 정도면 소주 두 잔에 든 알코올과 맘먹는다. 당연히 몸에 좋을 리 없다.

2. 술 깨는 덴 해장술이 최고다?

한국 사람의 15% 정도가 해장술을 마셔본 경험이 있단다. 그러나 이런 행동은 그로기 상태인 자신의 몸에 '카운터 펀치'를 날리는 격이다. 술을 마시면, 알코올이 1차 분해되면서 생긴 아세트알데히드라는 독소를 해독하느라 간이 바빠진다. 술 마신 다음날 숙취에 시달린다면, 그건 간이 해독을 마치지 못했다는 증거. 바꿔 말하면 간이 아직 바쁘게 뛰고 있다는 얘기다. 그런데 이 상태에서 숙취를 잊겠다고 술을 한 잔 더 하는 행동은 간에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 해장술 뒤 숙취를 잠시 잊는 것은 대뇌피질 마비 때문에 오는 착각이다.

3. 술 먹기 전에 약을 챙겨라?

술 마시면서도 몸 좀 편해 보겠다고, 옛 소련의 첩보원들이 먹었다는 약까지 챙기는 이들이 한국 술꾼들이다. 이러니 생약 성분이라는 깡통음료나 콩나물에서 추출했다는 병음료 정도는 기본. 그러나 이런 약 중 숙취 예방 효능을 명확하게 검증받은 건 없다는 게 의학계 설명이다. 알코올 분해효소가 적은 이에게 다소 도움을 줄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광고하는 만큼의 효과는 누릴 수 없다는 것. 오히려 이상한 약을 먹으면, 이를 해독하느라 간만 더 힘들어질 수도 있다. 차라리 술 마시기 1시간 전쯤 죽을 한 그릇 먹는 게 몸을 더 편하게 할 수 있단다.

4. 커피 마시면 술이 깬다?

술 먹고 운전대를 잡는 무식한 사람들. 이런 이들 자주 이렇게 말한다. "술 마신 지 벌써 1시간 지났어. 커피도 두 잔 마셨고. 술 다 깼으니까 운전해도 돼." 그러나 이건 말도 안 되는 소리다. 우리 간이 분해할 수 있는 알코올은 1시간에 15g 정도밖에 안 된다. 소주 한 잔 남짓인 셈이다. 게다가 커피의 주성분인 카페인은 간을 피곤하게 하는 또 다른 요인으로 작용한다. 간이 피곤하니 알코올 분해가 빨라질 리 없다. 급하게 술을 깨야 한다면, 차라리 녹차를 마시는 게 좋다. 타닌과 비타민 B, C 성분이 도움을 준다. 물론 녹차를 마셨어도 성급한 운전은 안 된다.

5. 야채를 넣으면 술이 순해진다?

술에 야채를 썰어 넣는 사람이 늘고 있다. 오이를 거쳐 양파가 쓰이는가 싶더니, 요즘은 청양고추까지 쓰인다. 뒤끝이 좋다는 게 이유. 그러나 의학적으로 볼 때 이런 행동은 무의미하다. 이런다고 알코올 도수가 낮아지지 않기 때문이다. 야채가 머금은 수분이 얼마나 된다고 주전자 하나를 가득 채운 술의 알코올을 희석시키겠는가. 게다가 야채의 신선한 향이 술 냄새를 가려 주는 바람에 오히려 과음만 유도할 수도 있단다. 독주를 조금 순하게 마시고 싶다면, 차라리 물을 탄 뒤 레몬즙을 떨궈 마셔라. 도수도 떨어지고 넘기기도 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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