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 땅값 '8·31' 무풍지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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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중견 주택업체 김모(40) 사장은 지난달 서울 강남구 논현동 2종 주거지역 내 땅 500평을 사려다 포기했다. 지난 여름에 평당 1300만원을 주면 팔겠다던 땅 주인이 평당 200만원을 더 달라고 요구했기 때문이다. 김 사장은 "이 땅에 32평형 40여가구의 아파트를 지을 계획이었으나 지주가 요구하는 대로 땅을 사면 도저히 수익을 맞출 수 없다"고 말했다.

서울 강남권 아파트값이 8.31 부동산대책에도 아랑곳없이 강세를 보이는 가운데 일대 땅값도 요지부동이다. 오히려 가격이 오른 곳이 많다.

강남권의 경우 주택사업용지를 찾는 수요는 꾸준한 반면 매물로 나오는 땅은 적기 때문이다. 그나마 매물로 나온 물건의 경우 늘어나는 양도세가 가격에 떠넘겨지면서 호가 오름세를 부채질한다.

아파트를 지을 수 있는 송파구 오금동 일대 2종 주거지역 내 땅 700평은 평당 1500만원을 호가한다. 8.31대책 이전보다 평당 200만원 오른 것이다. 인근 문정동 대지 500평도 평당 2000만원으로 대책 이전보다 10% 이상 올랐다. 문정동 S공인 지모 사장은 "매물은 없고 찾는 사람들은 많다 보니 땅주인들이 양도세 부담을 땅값에 얹어 내놓는다"고 말했다.

강동구 길동 2종 주거지역 내 땅 250평도 8.31대책 이전 평당 1100만원에서 지금은 1200만원으로 뛰었다. D건설 박모(56)사장은 "강남권에선 아파트 분양이 비교적 잘 돼 업체마다 눈독을 들이다 보니 땅주인들이 터무니없이 호가를 올리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아파트값이 오르는 것도 땅값 상승을 재촉한다.

강남구 역삼동 단독주택지도 평당 1600만원선으로 대책 이전보다 50만원 정도 올랐다. T공인 관계자는"땅 주인들은 부유층이 많아 보유세에 큰 부담을 느끼지 않는다. 최근 강남권 아파트값이 오르면서 흥정하기가 더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상가를 지을 수 있는 상업지역 땅값도 강세다. 서초구 서초동 일대 근린상가 용지는 평당 2500만~3000만원으로 8.31대책 이전보다 10% 가량 올랐다. 서초동 시티랜드 안시찬 사장은 "최근 종합부동산세 대상에서 제외된 상가건물 값이 오르면서 상가를 지을 수 있는 땅값도 덩달아 오른다"고 말했다.

박원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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