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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제된 한의 표출…감동준 수작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2면

O…드라머가 감동을 줄 수 있는 가장 근본은 바로 시청자와의 공감대를 얼마나 넓게 형성 할 수 있느냐는 데 있다. 이 공감대 형성은 표변상의 전개에 의해 이뤄지는 것이 아니고 그 이면에 감춰진 이른바 숨은 메시지를 통해 얻어지는 것이다.
우리의 일상을 소제로 한 많은 연속극들이 흥미는 줄 수 있되 감동을 주지 못하는 것은 바로 피상적인 이야기 구성을 넘어서지 못하기 때문이다.
지난 목·금요일 KBS 제1TV가 방영한 미니시리즈 제3탄『아리랑 별곡』은 단순한 극의 재미를 넘어서 깊은 감동을 던져준 보기드문 수작 이었다.
선비의 절개를 앞세우고 스스로 더러운 세상을 피해 정선땅에 숨어든 7인의 고려시대 충신들의 이야기를 엮어간 이 드라머는 그들이 겪는 인간적 갈등을 잔잔한 터치로 그려 나감으로써「충」이란 얼마나 어렵고 가치있는 덕목인가를 깊이 깨닫게 해주었다.
만약 이 드라머가 「고려말의 충성스런 일곱신하」를 정면으로 그려 나감으로써「충」이란 메시지를 들어냈다면 그 드라머는 딱딱하고 오히려 내면에서의 수용 거부를 일으키게 된다.
드라머에서 나타난 메시지밖에 없다고 할때 그 감동이 적다고 하는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이 드라머가 또한 돋보이는 이유도 바로 절제된 한의 표출이다.
가족을 잊지 못하는 끈끈한 정과 임금에 대한 충성과 선비의 절개 사이에서 방황하는 고려 유신들의 고뇌를 통해 그들의 「눈물짓지 않음」이 시청자의 눈시울을 적시게 하는데 충분했음은 바로 연출가가 의도한 절제된 한의 표출이 성공했음을 의미한다.
통상 일일 드라머에서 나열적인 대사에 신물이 난 시청자들에게 간결한 대사도 상큼한 맛을 더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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