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배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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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마치 극영화의 한 장면을 보는 것 같다. 파란만장한 인생력정을 거쳐 온 여주인공이 모진 운명에 떠밀리며 헤어나지 못하는 모습이다.
하지만 여배우 최은희가 평양에 살고 있다는 것은 벌써 예견되었었다.
78년1월 그녀의 실종직 후 그 가능성은 누구나 짐작했다.
최근엔 한 드라머 작가가「주간중앙」에서 작가의 센스를 십분 발휘해 그 사실을 가상적으로 추적한바 있다.
사실은 역시 상식을 초월할 수 없는 것 같다. 여배우 최은희는 홍콩에서 북괴공작원에게 납치된 뒤 북한에서 실제로 살고 있는게 확인되었다.
그의 곁엔 전남편 신상옥이 함께 있다니까 과거 남의 생활이 아주 단절된건 아니었다.
그곳에서 최은희는 김일성부자의 놀이대상이나 말벗이 되고 있다고 한다. 호색, 호사취미가인 김정일의 비공식연회에 참석했다는 얘기도 있다.
젊지는 않지만 최은희의 미모는 지금도 사그라지진 않았을 것이다.
78년 홍콩에 간 것도 합작영학 『양귀비』의 주연출연 교섭이 있었던 때문이었다. 그걸로 보면 젊지 않았던 최은희는 여전히 미모에 자신을 가졌었던 것 같다.
한창 때 그녀는 은막의 여왕으로 누구나 인정했었다. 그녀가 주연한『성춘향』은 60년대초에 공전의 흥행실적을 기록하기도 했다.
여배우의 인기는 물론 속절 없는 것이다. 1927년 『그것』(It)이라는 영화 한편으로 온 세계를 떠들썩하게 했던 여배우 「클래러·보」는 3년 뒤에 드러난 스캔들 이 후 한꺼번에 몰락하고 말았다.
여배우의 스캔들은 인기관리의 한 수단도 되지만 대중은 때로 불결한 냄새에 아주 등을 돌려 대기도 한다.
최은희는 물론 청순한 여배우는 아니었지만 불결한 냄새는 풍기지 않았기 때문에 과거에 꽤 인기를 누렸다.
그 인기를 정치적으로 이용해 보려는 것이 북괴의 속셈인 것 같다.
북에서 만든 『돌아오지 않는 일대』라는 영화에 출연한 최은희는 김일성부자의 영도력을 예찬하고 우리를 비방하고 있다. 영화에서만이 아니다. 멀지 않아 최은희는 공개적인 선전도구로 등장될 전망이다.
극영화 속에서 여배우는 주어진 배역에 충실하면 그만이다. 「자기」대신 「남」의 역할을 되도록 멋지게 해내면 능력을 인정 받는다.
평양의 최은희가 「자기」를 잃어버린채 얼마만큼 멋긴 연기를 해낼지는 알수 없다. 다만 최은희의「자기」는 눈물을 흘리고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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