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국회] 신용카드 남발하는 카드사는 사기 방조범?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대법원 판결의 요지는 '신용카드 사용은 카드회원이 카드사에 대금을 성실히 갚을 것을 전제로 하는 것이며, 일시적 자금 궁색 등의 이유가 아닌, 과다한 채무 누적으로 카드빚을 갚을 의사나 능력이 없는 상황에서 카드를 사용했다면 사기죄에 해당한다는 것'으로 정리할 수 있을 것이다

일견 맞는 말이고 옳은 말이다, 신용카드는 자기 신용에 의한 외상거래가 가능하지만 결국 갚아야 하며 두말하면 잔소리다, 그리고 일시적이 아닌 과다한 채무 누적으로 갚을 능력이 없는 상태에서 카드를 계속 사용하였다면, 일단 갚을 능력도 없으면서 사용하였으니 카드사를 상대로 속였다는 말은 일정부분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나 일시적이 아닌 과다한 채무누적의 기준은 무엇인지?? 갚을 능력의 유무는 어찌 판단할 것인지?? 지나치게 관념적이고 기준 자체가 모호하다는 생각이 든다, 사실 돈 숨겨두고 배짱 팅기는 인간들이라면 당연히 사기죄가 성립되는 것이 맞지만, 직장을 잃거나 등 여러가지 이유로 당장 돈을 갚을 수 없는 사람들까지 자칫 사기죄로 형사처벌 받을 수 있는 이런 판례에 대해서는 심사숙고했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문제점을 한번 짚어보자

첫째, 대법원은 신용카드 사용자에 대한 책임은 강조했지만, 발급자인 카드사에 대해서는 왜 애써 외면하고 있는지 알 수 없다, 카드사는 분명히 고객에 대해 신용을 평가하여 거기에 알맞는 신용한도를 설정할 책임이 있고, 그걸 잘못하였을 경우 최악의 경우 부도가 난다, 그런데 길거리에서 아무렇게나 남발한 카드에 대하여 일방적으로 사용자에게만 책임을 묻는다면 카드사는 책임이 없다는 말인가??

카드를 남발하고도 책임 질 생각은 하지 않고 그저 힘없는 돈없고 무능력한 고객들을 사기꾼으로 몰고가는 한심한 신용평가 책임은 어찌할 것인가?? 현금서비스를 많이 받아야 이자율도 서비스 한도도 늘어나는 저 희한한 카드사들에게 면죄부를 줄 것인가?? 외국에서는 신용평가 엉터리한 카드사가 망하는 것이지 고객이 사기꾼이 되지는 않는다

둘째 일시적인 자금 경색과 과다한 채무 누적으로 구분을 했는데, 그 기준이 너무 애매하지 않은가!! 사실 가장이 직장을 잃으면 1년이내 부도나는 것이 대개 대한민국 서민들의 현주소이다, 그런데 그 가장들이 취직을 하지 않을려고 발버둥치는 것도 아닐테고 노력은 하겠지만 쉽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그동안 쌓아 올린 신용 실적으로 조금씩 파먹다보면 그동안 있던 부채에다 채무 누적은 순식간이다

그렇다고 그 사람이 사기꾼이라고 말할 수 있는가?? 신용불량자는 타이틀에 취직도 어렵게 만들어 놓고 이젠 그것마저 부족해 사기꾼으로 형사처벌까지 시켜 사회에서 완전히 생매장 시킬 것인가?? 안 그래도 1년이면 1만명이 목숨을 끊는다고 난리인 나라에서 이제 무능력한 가장들은 다 목 매달라고 하고 싶은 것인가??

물론 카드를 사용하였으면 갚아야 하는 것은 당연지사이다, 그러나 돈이 있어도 숨겨두고 체납하는 악질 인간들 빼고 나면 대부분 신불자들은 돈이 없어서 못 갚는다, 그렇다고 굶어 죽을수도 없고 가능한 대로 돈을 빌려서 사는 것이고 카드가 제일 돈 빌리기가 쉬우니 이자는 높지만 먹고 살려고 울며 겨자먹기로 사용한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그런 사람들까지 사기꾼으로 만들다니 이건 법원칙을 빙자한 횡포가 아닐까!!

길거리에서 카드 남발하고 고액 수수료 꼬박꼬박 챙겨먹고 나더니, 이제 만만한 서민들 상대로 공갈 협박까지 하겠다고 하니 참으로 울화가 치민다, 대형 카드사가 연체고객들 상대로 사기 고소를 벌이는 것은 죽먹기보다 쉽다, 그러나 대부분 신불자들은 먹고 살 것도 없는데 이제 잘못하면 변호사까지 선임해가며 카드 공룡과 싸우라고 하니 어처구니가 없다, 하기사 유전무죄 무전유죄가 맞지만...

냉정히 말해 자본주의에서 돈 없으면 인간 대접 못 받는다, 그리고 돈이 모든걸 말해준다, 그러나 거기에도 한가지 원칙이 있다, 돈은 돈대로 흘러가는 것이고 그걸 잘못 관리한 인간이 책임을 지는 것이다, 신용평가 제대로 안하고 돈 마구 뿌려댄 카드사가 책임을 지면 된다, 그리고 감당이 안되면 망하면 된다, 그러면 자본주의는 알아서 돌아가니 애꿎은는 서민들에게만 법 원칙이 어쩌구 저쩌구 하지 말길 바란다

카드사는 이제 대 서민 공갈 협박극을 철회하고 진정한 신용사회가 무엇인지 공부좀 해서 제대로 된 신용카드 문화 정착에 최선을 다하여야 할것이다, 그리고 대법관들도 법리도 좋고 원칙도 좋지만 현실 세계에 대한 좀 더 합리적이고 냉철한 사고의 유연성을 길러볼 필요가 있고, 법은 마지노선이 되어야 한다는 것을 잊지 말아주었으면 하는 생각이다. [디지털국회 조인구]

(이 글은 인터넷 중앙일보에 게시된 회원의 글을 소개하는 것으로 중앙일보의 논조와는 무관합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