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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기운』…개화기의 환한 빛 잘 표현, 종장이 돋보여|『석탑』은 관념적인게 흠…『수인』은 은은한 여운 남겨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0면

진부한 것과 새롭다는 것의 차이는 진정 무엇입니까? 누구나 다 할 수 있는 소리는 결코 새롭지가 않습니다. 바꾸어 말하면 평이한 이미지와 말이 그러합니다. 또 이미 남이 써먹은 말과 이미지도 결코 새롭지가 않습니다. 혹 시조로서 손색이 없다손 치더라도 그러합니다. 이를 우린 진부하다고 말합니다.
이러한 진부함과 안이함을 극복하기 위해선 우선 진실을 바탕으로 누구의 것도 아닌 자기만의 이미지(상)와 목소리를 갖도록 고심하고 아파해야만 하겠습니다.
이땐 기도의 과정을 밟아도 좋습니다. 그러나 그것만으로 만족할 수가 없습니다. 즉 이미지를 마음과 머리속으로 오래 익혔을 때. 종이 위에 일단 옮기게 됩니다. 물론이 과정은 길수록 좋습니다. 옮겼다고 바로 시조가 되는건 아닙니다. 이를 다시 곰곰이 되새기면서 최초의 이미지를 더욱 승화함으로써 정확하고 알맞은 언어를 찾아 적재적소에 쓰도록해야 하겠습니다. 이 같은 과정을 밟으면 대개는 눈에 띠는 시조가 탄생하게 되는데이 과정 역시 길면 길수록 좋다는 생각입니다. 이를 두고 시조창작이라고 말해야 할 것입니다.
시의 성공과 리듬의 합일이 맞아 떨어져야만 시조의 맛이 나는 성공작이 나올 것입니다.
김정수의 『봄기운』은 개화기의 환한 빛을 무리 없이 표현했으나 빼어나. 진 않아도 두수 종장이 돋보입니다. 앞으로 이미지를 익히는 훈련을 게을리 마시기를.
『석탑』의 김병철은 작품으로선 우수한 편이나 이미지와 언어에 있어선 이미 누군가 사용한 것이어서 걸립니다. 관념적이란 말이지요. 특히 첫수가 그렇습니다. 앞으로 자기의 목소리를 지니시기를.
서영의 『한강회상』에선 사람의 한생이 한줌 재가되어 뿌려침을 봅니다. 죽음이 남긴 뒷모습이 무상을 일깨웁니다. 담담한 이미지가 침착합니다.
이영주의 『수인」 또한 죄수들의 죄값에 해당하는 노동을 빗겨보는 눈이 종장에 와서「뉘우침, 그 언덕배기로 밀고 끄는 뒷모습」으로 맺고있어 아픔과 은은한 여운을 남기고 있습니다.
박삼근의 『눈길』은 눈의 이미지와 리듬이 호흡을 같이하여 순수성과 신선감을 함께 보입니다.
이상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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