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사업의 효율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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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정부가 벌이는 각종 사업이 언제나 완벽하기를 기대하는것은 무리에 속한다. 특히 정부사업은 방대한 투자와 전문적 기술, 장기간의 건설기간을 필요로하는 대규모 공사가 많기 때문에 계획기간에 순조롭게 마무리하기가 여간 어렵지 않다. 또 정부사업의 상당부분이 해외로부터의 시설재, 원자재에 의존함으로써 해외시장의 불안정이 정부사업에 차질을 몰고 오는 경우도 허다하다. 서울지하철 건설에서의 누적적 공비상승이 그런예에 속한다.
그러나 이런 일반적 여건들을 고려에 넣더라도 정부사업의 상당부분에서 사전검토가 불충분하고 관계부처간의 협조가 미흡하여 사업에 차질을 빚었다는것은 여간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
경제기획원의 지난해 정부업무 번사분석보고에 따르면 당초계획에서 차질을 빚은 정부사업의 24.4%가 사전검토 부족 때문이고 19.5%는 관계 부처간의 협조미흡, 40.2%는 여건변화 때문이었다는 것이다.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한 여건변화는 2차 석유파동 이후의 불안정한 국제경제정세나 불확실성의 증대로 미루어 이해될수 있는 측면이 없지도 않으나 그보다는 오히려 정부정책의 일 관성 결여가 더 중요한 잠재요인이 아니었나 우려된다.
빈번하게 바뀌는 국토계획이나 투자계획, 또는 기본정책의 변화가 결과적으로는 엄청난 재원의 낭비는 물론 계획된 사업의 중단, 이월 또는 취소를 불가피하게 만들어 왔다.
정책의 신축성을 가지는것과 일관성없는 정책은 전혀 별개의 문제이며 행정의 일관성과 신축성은 양립할수 있는 개념둘이다.
이문제는 두번째의 정부사업 차질원인으로 지적된 사전검토의 부족과 무관하지 않다. 잘 기획되고 타당성 있는 조사가 뒷받침되지 않은 정부사업은 언제나 차질을 빚어내며 그것은 관료의 직무유기에 해당된다. 근대행정은 국민이 법적·제도적으로 위임한 범위안에서 최대의 효율과 능력을 발휘하여 정부사업을 벌여야하고 그런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서는 행정의 조직, 편제, 운영방식과 관료의 기능·자질을 최대한 전문화, 고도화, 조직화하지 않으면 안된다.
정부사업이 국민재산이고 그것의 선량한 관리를 위임맡은 행정은 최소의 경비와 최대의 효율로 관리해야함은 공복의 기본윤리에 속한다. 때문에 정부사업은 민간의 어떤 사업보다 훨씬 높은 차원에서 효율과 경제성을 추구하지 않으면 안된다. 부실한 사전검토와 면밀하지 않은 타당성 조사는 어떤 측면에서도 정당화되지 않는다.
또 하나의 중요한 요인은 관계부처간의 협조미흡이다. 이문제는 이미 오래전부터 행정부의 고질로 나타나 자주 국민들의 비판대상이 되어왔으나 여전히 개선의 흔적이 엿보이지 않는다. 그 가장 큰 이유는 관료의 실적주의와 소관주의에 있지 않나 생각된다.
관료의 공무수행에 대한 평가가 총체적·객관적으로 이루어지지 못한 가운데 개별화·전시화함으로써 공복사회의 실적주의와 한건주의가 만연하고 있음은 심각하게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더우기 관주도시대의 기득권에 계속 집착하는 소관주의는 시대착오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관료들이 효율과 공공성이라는 기본윤리에 회귀할 때 비로소 실적주의나 소관주의는 사라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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