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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전문 경영인-동부그룹(상)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동부는 성장중인 그룹이다. 미륭건설, 삼척산업, 한국자동차보험 등 모두 11개사를 두고 있으나 통일된 이미지로서의 동부는 아직 다른 기성 재벌 그룹만큼 널리 알려져 있지는 않다. 모기업격인 미륭건설의 창립이 69년이었으니 그룹의 역사가 15년으로 비교적 젊은데다, 그동안 실속있는 경영에 몰두해 대외 PR에는 그다지 집착하지 않았다.
물론 북삼화학을 전신으로 한 삼륭산업이 미륭보다 5년이나 빠른 64년도에 설립됐다. 그러나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삼척산업은 미륭의 도움을 받아와 실질적인 동부의 스타트는 미륭에서부터 인것으로 보인다.
북삼화학은 원래 해방전 비료와 카바이드를 만드는 공장이었으나 자유당 말기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의 부친인 김진만씨가 불하받은 것이다.
그러나 53년 3대 국회의원(자유당 소속)을 시작으로 공화당 재정 위원장까지 지낸 김진만씨의 북삼화학은 경영원칙을 도외시한 채 김씨의 선거구인 삼척주민의 이력서 처리장소로 활용됐다.
대학 재학 중이던 64년부터 이미 회사경영에 깊숙이 참여하고 있던 김준기씨는 빚더미위에 앉은 북삼화학의 업종을 합금철 제조 공장으로 전환하고 상호도 삼척산업으로 변경했다.
김진만씨가 경영하는 북삼화학이 적자에 허덕였지만 정치인으로서의 그의 이름이 워낙 널리 알려져 아직도 동부 「김준기 회장」하면 「김진만씨의 장남」이라는 인상을 떠올리는 사람이 적지 않다.
그러나 정작 김준기 회장 자신은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것은 빚에 눌린 북삼화학과 정치적 센스 뿐, 사업가로서의 아버지는 낙제생』이라고 평한다. .
오늘의 동부그룹 발판은 미륭건설이라는 얘기이다.
대학을 갓 졸업한 25세의 나이로 69년 미륭건설을 창립한 김씨는 74년 사우디아라비아 주베일 해군기지 공사를 4천 5백만달러에 인수해 무려 1천 7백 50만달러의 이익을 남기면서 성장의 기틀을 잡았다.
한국 기업으로서는 세 번째로 해외건설 공사를 따낸 김씨는 프랑크푸르트와 뉴욕 등에 지점을 설치, 자재를 직접 구입, 자재 구입비를 대폭 낮추는데 성공했다.
작년에 인수한 자동차보험을 비롯해 국민투자금융(82년) 반도체소재 제조업체인 코실(83년) 무역회사인 준상사(83년)의 인수 및 확장의 근원도 역시 미륭건설이다.
동부에는 뚜렷한 인맥이 없다.
강원도 출신의 오너(사주)가 이끌어가는 그룹이지만 강원도 사람들이 눈이 띄게 돌출하지도 않고, 11개 계열사 최고 경영자들로서 김 회장의 모교인 고대 출신은 한 사람뿐이고 혈연은 없다.
이는 회장의 나이가 비교적 젊고 기업의 역사가 짧은 탓도 있겠지만, 선거 구민을 마구 취업시켜 실패했던 배삼화학의 교훈을 김 회장으로서는 뼈저리게 느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11개 계열사의 최고 경영자의 출신을 보면 무척 다양하다.
동부건재 사장인 강원도 홍천 출신의 이교선씨는 이재학 전 국회부의장 장남으로 8대 공화당 소속 국회의원을 지냈고, 동부관광 사장 김준하씨도 언론계를 거쳐 윤보선 대통령 때 경무대 대변인과 김진만씨 국회 부의장 시절 비서실장을 지낸 인물.
군 출신으로는 육사 교장 등을 지낸 예비역 중장의 동부고속 사장 최우근씨가 있으며 삼척산업 사장 조약래씨도 준장으로 예편했다.
국민투자금융 사장 주인기씨는 상업은행장을, 동부상호신용금고 사장 김종현씨는 외환은 전무를 지냈다.
미륭건설 사장 이원태씨, 자보 사장 황경로씨, 동부건재 부사장 겸 미륭건설 대표 이사 부사장 홍건유씨, 강원여객 사장 허평만씨는 기업계에서 잔뼈를 굳혀 왔다. 그룹 부회장 겸 동부상호신용금고 회장을 맡고 있는 홍종대씨만이 오랫동안 동부에 몸담아 왔다.
동부 최고 경영자들의 출신 성분이 이처럼 다양하지만 한가지 공통 분모를 찾을 수 있는 것은 대부분 학별이 좋다는 것이다.
동부는 매주 금요일 사장단 회의를 개최한다.
김 회장이 주재하는 이 회의에는 각 사 사장과 부사장 그리고 종합 조정실의 이태교 전무와 유시영 이사 등 20여명이 참석하는 데 회의 형식은 무척 자유스럽고 또 일이 바쁜 사장들은 불참, 출석률이 70%선 이란다. 사장들을 경쟁시키면 오히려 부작용이 생길 우려가 있다는 것이 김 회장의 생각이다. <특별 취재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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