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비상시의 석유수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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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동자부가 국회에서 처음으로 밝힌「비상시 석유수급관리대책」은 평소 국민들이 궁금해하고 불안을 느껴온 문제에 대해 정부 나름의 대응책으로 제시됨으로써 에너지 문제에 대한 새로운 관심을 불러 일으켰다.
에너지의 원활한 확보와 보존, 그리고 절약은 이미 우리만의 당면 과제가 아닌 범 세계적 관심사가 아닐 수 없다. 두 차례의 석유파동을 경험한 공업국들은 에너지의 잘못된 관리가 얼마나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하는가를 실감하게 되었다.
더우기 에너지의 대종을 이루는 석유자원을 둘러싸고 여러 측면의 복합적인 정치·군사적 불안요소들이 상호작용하고 있는 현실적 상황으로 미루어 앞으로도 석유문제는 계속 서구공업국, 개도국을 막론하고 핵심과제로 남을 것이다.
특히 이란-이라크전쟁이 장기화하면서 중동의 정세는 예측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이로 인해 석유생산과 수송·유통시장의 불안정은 좀처럼 완화되지 않고 있다.
국내 에너지수요의 76%이상을 수입에 의존하고 수입원유의 74%를 중동에 의존하고 있는 우리로서는 이 지역의 정세변화와 석유수급변화에 직접적으로 노출되어 있다. 따라서 모든 경우의 석유사정 변화에 미리 대응하려는 비상대책의 수립은 필수적이다.
요즘 국회에 보고된 비상대책은 여러 국면의 사태변화에 대응하는 단계적 대책으로 짜여 있으며 원유부족량이 2O%를 넘을 경우 유류 배급제를 실시하고 가격을 높여 소비억제를 유도하도록 되어 있다.
유류 배급제를 실시할 경우 가장 중요한 과제는 배급대상과 수량을 어떻게 합리적이고 공정하게 선정하는가, 또는 배급의 우선 순위를 어떻게 합리적으로 조정하는가 등 어려운 문제들이 산적해 있다. 평소에 이런 문제들까지도 충분히 관계부처끼리 협의하여 비상대책의 실효성을 미리 확보해둘 필요가 있다.
그러나 이런 가상적 비상대책의 진정한 의미는 그 대책자체에 있기보다는 에너지문제의 어려움과 중요함을 소비자들에게 주지시키고 이를 계기로 에너지보존과 절약에 더욱 관심을 추구하는데 있을 것이다.
그 동안의 에너지 소비추세를 보면 지난 4년 여 동안 표면적으로는 에너지소비의 증가추세가 크게 완화되었다. 그러나 이는 에너지절약의 실천효과 보다는 3년 동안의 불황에 힘입은 것이었다. 그 반증으로 경기가 회복된 83년의 전력 소비가 성장률을 앞지르는 12%의 증가를 나타낸 사실을 둘 수 있다. 물론 이런 소비증가에는 경기회복에 따른 반사효과까지 가세되어 있어 하나의 추세로 보기는 어려우나 만의 하나라도 에너지절약 정신이 후퇴하거나 에너지관리에 소홀함이 있었다면 이런 추세는 시정돼야한다.
에너지 절약의 요체는 지속적인 노력뿐이다. 산업체에너지는 에너지 효율의 개선을 통한 끊임없는 투자와 정부지원이 지속돼야하고 가정과 건물 등의 소요에너지는 연료전환과 단열, 실질적인 최종 소비절약이 권장돼야 할 것이다. 올해는 경기회복과 더불어 에너지소비가 늘어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더욱더 절약시책이 긴요한 한해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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