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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새지도 전문경영인(76)-유한양행(하)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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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유한양행에는 노사협의회라는 것이 없다. 그 대신 노노협의회가 있다. 『모두가 근로자인데 어떻게 「노사」라는 말을 쓸수 있느냐』는 박춘거사장의 지시에 따라 노사협의회가 노노협의회로 탈바꿈한 것이다.
실적이나 수치보다 인간관계를 중요시하는 박사장의 경영스타일을 그대로 보여주는 한 예다. 노노협의회·운영위원회 또는 회사의 각종 모임에서 박사장의 자리를 다르게 하거나 찻잔 등이 일반직원과 다르면 박사장의 불호령이 떨어진다고 한다. 똑같은 근로자로 대우해 달라는 것이 박사장의 뜻이기 때문이다. 유한양행은 다른 어느 회사보다 복지·후생시설이 잘되어 있다.
고용원, 촉탁사원이라 할지라도 자녀의 학자금이 대학교까지 전액 지급된다. 점심은 모두 회사에서 제공하고 본인의 결정적 잘못이 없는 한 정년까지 거의 근무한다.
또 근무성적이 좋은 직원에게는 상으로 주식을 나눠줘 직원 대부분이 주식을 조금씩 갖고 있다.
박사장은 분기별로 노노협의희를 열어 12명의 직원대표 앞에서 업무현장을 직접 보고한다. 박사장은 업무보고 후 『건의사항이나 불만을 얘기하라』고 하지만 아무도 얘기를 안 할 정도로 회사의 복지제도는 완벽하다고 자랑한다.
박사장은 5년전부터 첨단산업에 진출, 다국적 기업과 합작회사를 만들기도 했다.
홍병규 유한코락스 사장은 유한양행에 몸담은 지 52년이나 되는 골수 유한 맨이다.
박사장을 비롯, 모두가 원로로 대접하는 유한양행의 산증인이다.
고 유박사 밑에서 생사고락을 같이한 사람으로 제약업계에서는 모르는 사람이 없다고 한다. 66년부터 유박사 밑에서 유한양행부사장으로 일해오다가 75년 유한코락스를 창설, 사장이 됐다.
연만희 스미스크라인 사장은 6l년8윌 유한양행에 인사, 전무를 거쳐 82년 유한스미스크라인사를 만들면서 초대사장이 됐다.
고대 경제과 출신으로 관리부문의 베테랑이다. 특히 숫자에 밝아 살아있는 컴퓨터라는 별명을 듣고있다.
이종대 유한킴벌리 사장은 종이 만드는 기술에 관한 한 한국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워 할 정도로 제지기술의 베테랑이다.
경북대 출신으로 56년 무림제지 전신인 청구제지공장을 직접 건설하는 등 제지공장만 3개나 만들었다. 이 같은 제지기술을 인정받아 67년 유한양행 제지기술부장으로 스카우트됐다.
70년 유한킴벌리를 설립하면서 공장장을 맡았다가 80년 사장이 됐다.
매사에 적극적이고 저돌적이라는 평을 듣고있다.
미국의 킴벌리사는 60%나 투자하고도 8년 전부터 경영에는 전혀 참여하지 않을 정도로 유한양행을 믿고있다.
합작회사의 대표적인 성공회사로 꼽히는 유한킴벌리의 제지기능은 국제적으로도 인정을 받고있다고 한다. 이사장의 기술과 경영능력이 남다르다는 얘기다.
최광림 유한화학공업사장은 서울대법대출신의 골수 유한맨이다. 58년 신입사원으로 출발, 부장·상무·전무를 거쳐 8l년 사장이 됐다.
마케팅과 기획전문가로 남다른 능력을 인정받아 사장고지를 점령했다.
유한양행은 부사장 자리가 비어있다. 그대신 자회사 사장후보인 유도재·박영주·전영철씨 등 3명의 전무가 있다.
지금까지 자회사사장이 모두 유한양행부사장 또는 전무가 옮겨 앉았기 때문에 이들 3명이 자회사사장이 되는것은 시간문제다. 더구나 7개 자회사 중 유한사이나미드·유한에스피·한국얀센 사장을 겸하고 있는 박사장이 『곧 겸직사장자리를 내놓겠다』고 밝히고 있어 이들은 사장연수를 하고있는 셈이다. 유도재 전무는 영업담당으로 유한양행을 구석구석 환하게 알고있다. 대판시립대·서울대경영대학원 최고경영자 과정을 수료한 유전무는 62년 인사후 지금까지 생산관리·공장장·광고부장·기획·구매등 각 부서를 두루거쳤기 때문이다.
올라운드플레이어라는 평을 듣고 있으며 자회사사장 승진서열 1번이다.
생산·연구담당 전무인 박영주씨는 서울대약대 출신. 60년4윌 유한양행에. 몸을 담은 이래 연구개발및 품질관리 부문만 담당해온 제약전문가다.
관리및 해외사업을 전담하는 전영철 전무는 신입사원부터 출발한 유·박전무와는 달리 83년2월 탁월한 국제감각을 인정받아 영입된 케이스.
이력서가 말해주듯 연대정외과·스톡홀름대학원·미주리주립대등을 거친 박사출신인 데다 총리의 전 비서관까지 거쳐 외국어 실력이 뛰어나고 해외사정에 밝다.
박사장이 7개 자회사중 5개사가 외국기업과 합작기업인 점을 감안, 해외사정에 밝을 전전무를 스카우트한것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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