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오일로드를가다] 왜 카스피해 연안국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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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취재 과정에서도 나 자신이 얼마나 무식한지 절실히 느낄수 있었다. 마치 나에겐 신대륙 발견 같은 대발견이었다. 아예 이런 세상이 있었다는 것조차 몰랐거나 터무니없이 잘못 알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 과정의 연속이었으니 말이다.

취재의 주제는 에너지였다. 새롭게 전개되고 있는 에너지 전쟁 양상이라든지, '파이프라인의 정치경제학'이라든지, 제2의 중동으로 부상하고 있는 중앙아시아 국가들의 실상, 그리고 한국은 이런 신천지에서 앞으로 무얼 어떻게 해야 할지 등등을 정리해 보고 싶었다. 그래서 제한된 여건 속이나마 여러 사람을 만났고, 나름대로 궁금증들을 해소하느라 이 얘기 저 얘기를 물어보면서 사방을 쏘다녔다.

에너지를 주제로 한 이유는 간단하다. 너무도 심각한 과제인데 우리는 너무도 무관심하니 말이다.

중국의 에너지 블랙홀 현상은 이미 시작됐으며 인도가 여기에 가세하고 있다. 유가는 천정부지로 뛰어오르는데, 한국은 과연 무슨 대응책을 강구하고 있는가에 대한 심각한 고민에서 출발한 것이다. 세계는 에너지 대란으로 천지개벽의 변화의 시대를 맞고 있는데, 한국만 이를 외면한 채 고리타분한 이데올로기 논쟁만 일삼고 있으니 말이다.

그래서 취재 대상으로 택한 곳이 카자흐스탄을 비롯한 중앙아시아의 카스피해 연안국들이었다. 듣자 하니 최근 오일붐 속에 가장 격렬한 변화를 만들어내고 있는 나라요, 지역이라 해서다.

격렬한 변화 실상을 깨닫는다면 그만큼 한국 자신의 대응 자세도 달라지지 않겠는가 하는 기대감에서다. 많은 한계를 절감하면서도 한국 경제에 경각심을 줄 수 있다고 판단되는 정보나 자료들을 최대한 끌어모았다. 중앙아시아 지역의 모든 것을 총망라했다는 이야기는 전혀 아니다. 하지만 너무도 이쪽 지역에 대한 인식이 낮은 까닭에 지금까지 국내에 소개된 바로는 이 한 권의 책(이코노미스트 12월 13일자)으로 일단 개괄적인 이해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본격적인 논의의 장이 마련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

꼭 에너지와 관련된 것만이 아니다. 카자흐스탄이나 아제르바이잔의 경우 여러 면에서 중국.인도.중동에 이어 가장 주목받을 잠재력을 지니고 있는 특별한 나라라고 확신한다. 그뿐이 아니다. 카스피해 연안국들을 중심으로 새롭게 뻗어나갈 에너지 파이프라인이 21세기의 세계 판도를 새롭게 짜 나가는 데 과연 어떤 역할을 할지 모두가 주목해야 할 것이다.

이장규 중앙일보 시사미디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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