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화기금의 충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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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국제통화기금의 연례 협의 단이 잠정적으로 내린 한국경제 운용 평가는 대체로 우리의 경제안정화시책이 적절한 방향이며 외채문제의 신중한 대처가 필요하다고 권고하고 있다.
이 같은 IMF의 충고는 경제운용을 맡고있는 정책당국자들의 문제의식과 크게 다를 바 없으며 전반적인 경제정책 방향에 대한 긍정적평가로 볼 수 있겠다.
우리가 IMF 차관 국이 된 이후 과거에도 해마다 협의 단의 내한과 정책권고를 받아왔지만 과거의 대규모 차관시절에 비하면 지금은 그 정책권고의 의미가 많이 달라졌다. 오히려 60, 70년대의 감시적 협의기능에 비해 지금은 국제금융사회에서의 우리의 신임 도를 간접적으로 가늠해주는 협조적 기능이 더 부각되고 있다.
우리의 국제수지가 아직도 완전한 구조적 안정을 다지지 못하고 있고 여전히 민간금융기구로부터의 대량 차입이 불가피한 실정을 고려할 때 경제운용에 대한 이 협의 단의 긍정적 평가는 우리의 외자조달 여건에 도움이 될 것으로 짐작된다.
이번의 잠정평가에서 IMF협의 단은 국제원자재 가격의 상승과 보호주의 확산 등 몇 가지 불안요인이 예견되지만 올해 목표성장률 7∼8%, 경상적자 10억 달러 등 주요 총량 목표들은 적절하게 설정된 것들로 평가하고 이들 목표의 달성을 위해 안정화시책이 계속 추진 돼야 할 것으로 평가했다. 이 같은 목표들은 물론 그것을 수행하기 위한 주요 정책수단으로서의 안정화시책 또한 대체적인 합의를 얻고 있음을 고려할 때 외생적 교란 요인만 커지지 않는다면 달성 가능한 것들이다.
환율의 안정적인 유동화나 금리의 탄력적 운용도 정책당국의 운용방향과 크게 다를 바 없는 부분이다.
이번 잠정평가에서 주목되는 부분은 외채문제에 대한 신중한 대처와 단기채의 축소를 권고한 대목이다. 이 문제는 이미 정부당국은 물론 각계의 전문가들로부터 문제점이 지적되고 다양한 대응책이 구상 중에 있다.
협의 단은 한국이 외채문제에 봉착할 가능성을 아주 희박한 것으로 보았지만 계속 「신중한 대처」를 단서로 달고 있음은 국제금융환경이 여전히 경색되고 불안정한 여건을 고려한 것으로 짐작된다. 브라질, 멕시코, 필리핀 등 최근 주요 채무국의 상환위기가 일단 고비를 넘겼지만 이와 유사한 위기적 상황은 아직도 완전 해소되지 못한 점에 비추어 외채문제에 대한 대응은 언제나 신중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특히 협의 단이 권고한 단기채의 축소는 아직도 우리의 당면 과제이기도하다.
다행히 국내 금융기관의 해외차입조건이 올 들어 순조롭게 개선되고 있으므로 이런 기회에 단기 외채를 적극적으로 중·장기로 전환하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다. 최근 신탁은행과 수출입은행의 뱅크론이 좋은 조건에서 타결되었고 외환은행의 대형차관도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음을 볼 때 올해 중 단기외채의 상당부분이 축소될 전망이 있다. 이 문제에 대한 배가된 관심이 촉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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