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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역, 대량으로 값내려 걱정태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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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작변엔 폭풍피해도 있어 실패했지만 올해는 사정이 달라요. 날씨가 워낙 좋아 이대로 라면 저도 작년의 두배는 생산할 것 같습니다. 그러나 김값이 너무 떨어졌어요』 완도읍 수협 위판장에서 만난 강종채씨(50)는 대뜸 김값하락을 걱정했다. 대풍속에 쌀값이 떨어지듯 풍작을 만난 김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올 김작황은 사상최대의 풍작. 2월말 현재 전국적으로 4천2백만속이 생산, 이미 목표 4천1백95만속을 넘어섰고 채취가 끝나는 4월초면 5천만속까지 이를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 때문에 완도는 요즈음도 동트기전 새벽부터 채취한 김을 씻고 김발을 매느라 섬 전체가 부산하다. 완도는 전국생산량의 16%를 차지하는 김의 주산지.
이렇게 말린 김은 대개가 수협위판장을 통해 전국각지로 팔려 나간다. 김은 12월초부터 채취를 시작, 4월초까지가 생산기. 초출하품 일수록 맛과 품질이 좋고 뒤로 갈수록 질이 떨어진다. 3월로 접어들어 끝물로 들어섰지만 지난 6일에도 완도에서는 9만여속의 김이 수협위판장에서 몰려든 경매인을 통해 서울의 중부시장등 각지로 바쁘게 팔려나갔다.
호조의 날씨가 올해 김풍작을 몰고왔다. 김·미역생육에 알맞은 5∼10도 사이의 적정수온이 유지되고 어느해 보다도 그 기간이 길였다. 지난겨울은 유난스런 혹한으로 떨기도 했으나 오히려 이런 날씨가 양식어민에게는 도움이 된 셈이다.
그러나 김풍작에도 불구하고 산지 어민들의 표정은 밝은 것만은 아니다.
김정곤씨(34·완도군 군외면 삼두리)는 『작년에는 2천속을 거둬 6백만원정도 벌었습니다. 그러나 올해는 이보다 많은 3천속 정도가 수확될 것 같은데 김값이 워낙 떨어져 팔아봐야 5백만원을 약간 받을정도』라며 김값하락을 탓했다.
실제 완도군의 경우 올해 수협을 통한 김위판가격은 속당평균 2천2백91원으로 작년의 2천9백61원에 비해 약7백원이 밑도는 실정. 생산은 늘었으나 가격하락으로 늘어난 생산량 만큼 돈이 손에 쥐어지지 않는 것이다.
김은 60년대만 해도 대량수출로 밥상에 올리기엔 귀한 것이었지만 이제는 소비패턴이 수출에서 내수로 변했고 주수입국이던 일본이 대량생산에 성공, 70년초부터 수입을 줄이기 시작, 78년을 끝으로 거래가 끊겼다. 지금은 중동·미국등 해외교포들에게 한해 20만속 정도가 수출되고 있을 뿐이다.
그러나 기호식품인 김은 풍작이라 해도 소비에 큰 걱정은 없는 편. 소득수준이 늘어서 소비도 꾸준히 늘고있기 때문. 그래서 완도·고흥·신안등 남해안 일대가 주산지이나 2∼3년 전부터는 충남의 서산·당진일대도 새로운 김양식장이 등장하고 있다. 특히 서산일대는 올해부터 본격적인 생산에 들어가 7백10만여속이 섕산될 예정.
올해 김생산이 부쩍 늘어난 것도 이런 시설증대 때문이다. 수산청관계자는 『식생활고급화로 김은 공급이 달리는 실정』이라며 『앞으로도 종자개량과 부류식시설을 이용한 외안어장개발로 생산용 더욱 늘려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같은 대풍이지만 미역은 김과는 달리 소비가 부족해 양식어민들이 피해를 보고있다.
미역생산이 갑작스레 늘어난 것은 지난 81년. 60년대부터 양식기술이 일반어민에게 보급돼 생산량이 증가하기 시작했지만 78∼79년 일본에 염장미역수출이 각광을 받으면서 너도나도 양식을 시작, 80년 20만t에서 8l년 30만9천t으로 생산량이 늘어 과잉생산을 빚었다.
이때문에 당국이 불법양식을 단속하고 시설을 줄여 통제를 시작했으나 그것도 올해는 기후가 좋아 생산량이 계획을 웃돌아 걱정이다.
완도군의 경우 생산계획 11만5천t을 넘어 l7만t의 생산이 예상되고 있고 전국적으로도 계획량 23만t을 넘을 것으로 보고있다.
현재 미역은 생산량의 반정도인 12만t이 염장미역으로 가공돼 일본에 수출되고 나머지는 국내소비용. 그러나 대일수출은 해마다 쿼터로 묶여 물량이 한정돼 있다. 보다 더 큰 문제는 국내소비 부진이다. 언제부터인지 미역이 우리 식탁에서 푸대접을 받고 소비가 좀체로 늘지않고 있다.
미역생산 어민인 김정섭씨(50·완도읍 죽청리)는 『수출될 미역은 각 생산어민마다 양식허가 면적제로 물량이 할당돼있고 값도 정해져있어 그대로 가공공장에 넘기면 별 문제는 없습니다. 그러나 나머지 생산량은 달리 처리할 방도가 없어 가공공장에서라도 산다면 헐값이라도 넘길수 밖에 없는 형편』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양식어민중 일부는 집단으로 가공시설을 마련해 건미역등으로 제조해 그래도 나은 값에 팔고 있으나 상당수 영세어민들은 그나마 손을 못쓰는 실정이다.
황규영 완도군 수산과장은 『미역은 김과는 달라 오래 저장할 수도 없읍니다. 자연산이 아닌 양식미역은 말려봐도 좋은 제품이 안됩니다. 그래서 각 가공공장에 가급적 생산량을 전량수매 하도록 권하고 있으나 그것도 한계가 있어 안타깝다』고 설명했다.
최근에는 미역국수에 미역김치까지 등장하고 1백g짜리의 소포장 상품도 나와 미역제품이 다양화하고 있다. 이밖에 수산청은 연례행사로 오는 4월에 수산물 식량화를 위한 전시회를 열어 미역·김등 수산가공식품을 판매하고 11월에는 미역가공협회를 통해 상설직매장도 개설할 계획이다. 식탁에 올려만 준다면 미역은 얼마든지 생산이 충분해 공급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영양식품으로서 미역에 대한 일반의 재인식을 촉구하고 있다. <완도=장성효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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