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61)미국, 복안제시-제80화 한일회담(160)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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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이대통령은 6월24일 『북송을 저지하기 위해 사용할 수 있는 모든수단을 동원하라. 다만 우리는 무력행사가 필요치 않기를 희망한다』고 천명해 북송선에 대한 무력행사도 불사하겠다는 강경한 태도를 재확인했다.
그러나 국제여론은 우리의 실력행사 의사에 대해 거부반응을 나타냈다. 우선 맹방 미국이 그러했고, 북송협정에 태도를 유보중이던 국적도 달가와하지 않았다. 「다울링」 주한미대사는 6월29일 나에게 이 점을 분명히 했다. 그는 『국적이 한국측을 두둔하길 주저하는, 아마도 유일한 이유는 한국정부의 무력에 의한 북송봉쇄의사와 거주지선택의 자유원칙에 대한 모호한 태도』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한국이 거주지선택의 자유원칙에 찬성한다면 재일한국인 문제는 아주 합리적으로 해결될 수 있다며 그의 해결방안을 제시했다.
그의 방안은 ①한국귀국 희망자는 귀국을 허용하고 ②북한귀국 희망자는 국적에 의한 엄격한 심사로 북송을 허용하며 ③제3국행 희망자는 제3국에 정착시키고 ④일본거주 희망자는 영주권을 부여하되, 국적 선택 기회를 허용한다는 것이었다.
이 방식은 그런대로 재일 한국인문제를 풀수 있는 합리적 방안의 하나였다. 그러나 난점은 당시 북한의 존재는 그야말로 우리로 보면 비합법적인 반도집단 이었다는데 있다. 이 방식에 따른다면 반도집단에 합법성을 부여하는 의미를 줄 수가 있어 우리로선 받아들일 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한일현안에 대한 우리정부의 중재요청을 받고 수락여부를 검토중이던 미국은 중재가 성공할수 있는지의 여부를 사전에 탐색키 위해 그들의 복안을 이렇게 제시했던 것이다.
「다울링」대사는 『이 방식으로 재일한국인 문제는 영원히 해결될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하고 이와 관련해 보상문제를 거론했다.
그는 귀국교민들에게 일본정부가 적절한 보상금을 지불해아 하나 이 문제를 국적에 제시하는 것은 소용없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나는 『한국정부는 거주지선택의 자유원칙을 공식적으로 반대한 적이 없다』고 상기시키고 『그러나 이 원칙이 일본의 재일한국인 추방계획에 적용되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나는 또 『일본이 이른바 국적참여원칙을 고수하는 한 미국이 일본에 대해 제네바협정에 서명하지 않도록 압력을 가할 여지가 있으며 미국의 강력한 압력행사 기회는 바로 이때다』라고 역설했다.
「다울링」대사는 『일본의 협정서명 여부에 대한 결정은 국적태도가 결정적인데, 국적은 한국이 거주지선택의 자유원칙을 지지한다면 한국지지를 조금도 주저하지 않을것』이라고 거듭 설득했다.
나는 7월1일 북송사태에 관한 종합보고서를 통해 이대통령에게 그 원칙을 지지하면 일본은 북송계획을 사실상 수행할 수 없을 것이라고 진언했다.
우리가 그럴 경우 국적이 북송희망자를 1대1로 개별심사하고 여기에 한적 및 일적관계자가 배석하는 방안을 제시하면 북한이 가장 먼저 반대할 것이어서 북송기도는 자동적으로 와해될 것이라고 건의했다.
이와 관련한 전례도 있었다. 월맹이 태국거주 베트남인들의 월남·월맹귀국 협상때 이같은 방식이 제의되자 월맹이 거부한, 바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 방식은 관련 당사자들에게 가장 공정한 기회를 주는 장점이 있는 대신 협박과 회유로 북송희망자를 모집한 공산측에는 큰 타격을 주는 방안으로 판단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대통령은 앞서 말했듯이 북괴를 사실상 정권으로 승인하는 시사를 줄수 없다는 이유에서 나의 건의를 일축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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