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목욕문화의 역기능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9면

예부터 우리 백의민족은 한결같이 몸을 정결히 하는 범절속에 살아왔다.
조상의 제사나 불공을 드릴 때면 으례 목욕재계 하였다.
목욕의 유래를 살펴보면 이는 몸과 모발을 씻는 일로, 인류의 역사와 더불어 비롯되었음을 알수있다.
유럽의 민속에는 물의 신성관념으로 하여 목욕을 으뜸의 ,청정법으로 신봉하고 있다. 힌두교에서는 갠지즈강을 신성시하여 더러움을 제거하여 청정을 얻기 위해 그 강물에서 목욕하는 것을 의식으로 삼고 있다. 이슬람교의 사원 앞에는 목욕장이 있어 사원에 참배하려는 사람은 반드시 거기서 목욕을 해야만 하는 계율이 있다.
인도의 종교에서는 청정을 위해 가까운 강물에서 목욕하는 것이 의식화 되어있다. 또한 기독교에서는 완례·침례를 중요시하는 종파가 있어 목욕 청정을 으뜸의 원리로 삼고있다.
목욕은 이처럼 몸을 정정하게 해줄뿐 아니라 마음까지도 깨끗이 해준다. 목욕을 하고난 후의 날아갈 것 같은 기분은 누구나가 다 경험하는 것이다.
이런점에서 목욕은 몸과 마음의 건강을 지키는 명의이라고 볼수있다.
그런데 근래에 와서 목욕의 진정한 의미가 변질되는 기미를 보이고 있다. 하나는 목욕이 의식과 사치로 흐르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올바른 목욕법을 지키지 못하는 것이다.
요즘은 번듯한 건물이 생겼다 하면, 사우나다, 쑥탕이다 할 정도로 목욕이 고급스러워 지고 있다. 깨끗한 곳에서 목욕을 하는 것 자체가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값비싼 목욕탕을 이용해 교제를 한다든가 아예 음식이다, 안마다해서 생활의 일부가 목욕탕에서 이루어지는 것은 목욕의 정신을 지키는 것이라고 볼수없다.
로마제국이 멸망한데 대해 사학자들은 여러가지 이유를 들고 있다. 영토를 넓히다 보니 국민중에 이민족의 수가 많았다든가, 군대가 모럴을 상실했다든가 하는것들이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은 로마가 너무 사치로 흘러 멸망했다는 것을 이유로 들고 있다. 그 중에서도 목욕의 사치를 드는 사람도 있다. 지금도 로마시내 곳곳에는 1천수백명이 동시에 목욕을 할 수있는 대형 목욕탕터가 남아있어 당시의 호사스러운 목욕풍토를 잘 말해주고 있다.
목욕은 새로운 심신으로 일에 열중할 수 있게 해주는 생산성을 갖는 것이지만 반대로 로마사람처렴 수일씩 목욕에 매달리게 되면 여러방면에서 소비성만을 조장하게 되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문제는 목욕탕의 사치스러움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라 사치를 찾고, 그것에 빠져드는 정신자세에 있다고 할수있다.
목욕을 하는 방법에서도 잘못돼있는 것을 흔히 볼수 있다.
사우나의 경우 적당한 온도(40도 안팎) 속에서 3∼5분가량 땀을 흘릴정도로 마치고 미온탕으로 샤워를 하면 그것으로 족하련만 어떤 사람은 20∼30분씩이나 사우나 열기속에서 억지로 버티는 경우도 있다. 비록 건강체라 하더라도 심장에 지나친 부담을 주게된다.
냉온탕의 경우도 40도이상의 열탕에 10여분씩이나 몸을 담갔다가 다시 10도이하의 냉탕에서 버티는 경우도 있는데 피부의 혈관운동신경을 자극하여 저항을 높이는 효과는 기대할 수 있겠지만 노약자나 고혈압·심장병을 앍거나 소인이 있는 사람은 절대 금물인 것이다.
또 음주후의 입탕을 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는 참으로 위험천만한 자살행위인 것이다. 알콜로 고동치는 심장에 입욕으로 더더욱 심장부담을 배가하는 결과가 되어 결국 심장마비를 일으키게 하는 요인이 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하겠다.
쑥탕의 경우도 횟수·온도·시간등을 합리적으로 안배하여 과도하지 않도록 유념하는것이 좋겠다.
병약자의 경우 온천욕을 할때에는 미리 가려는 온천의 천질을 알아보고 의사와 상의하여 각기 개성에 맞는 방법을 강구해야 기대한 효과를 얻을수 있다.
또 목욕을 할때 살결을 얼마큼 마찰하는 것은 바람직하다. 그자체가 훌륭한 운동이므로 자율신경과 혈행에 좋은 영향을 미친다.
목욕의 적당한 온도는 한국인으로서는 섭씨 40도 안팎(37∼40도), 횟수는 봄·가을엔 1주일에 두번 정도, 겨울철엔 1주일에 한번 정도가 좋다고 알려져있다. 여롬철에는 매일 샤워를 할때이므로 별문제로 치고 겨울엔 너무 자주 목욕을 하지 않는 것이 좋다. 특히 겨울에는 살갗이 건조하여 늘어지고 외계의 자극에 약하게 되어 감기에 걸리기 쉽다.
비누는 지방산과 알칼리와의 화합이 제대로 된 중성비누라야 한다. 이러한 비누라면 살결에 아무런 자극도 주지않고 청정작용과 연해작용이 제대로 이루어져 살결을 곱고 부드럽게 한다. 또한 비누에는 상당한 살균 작용도 있으므로 비누로 손을 충분히 씻으면 소독의 구실도 할수있다.
질이 좋은 중성비누라도 사용횟수가 많거나 살결이 연약한 사람이 과용을 하게되면 경한 염증이 일어나거나 살갖의 기름기를 지나치게 씻어버림으로써 오히려 살결을 거칠게 하는수도 있다. 일반적으로 피부의 건조는 잔주름을 만들고 피부노쇠를 부채질하는 원인이 된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