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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새지도<73>전문경영인 두산그룹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어느 기업그룹이나 핵심적인 최고경영자회의가 있고 이같은 회의에는 역시 그룹의「핵심적」인 최고경영자들만참석하는 것이 보통이다.
그러나 두산그룹의 운영위원회에는 각 사의 대표들이「모두」 참석한다.
대표이사사장이건, 대표이사 상무건, 주력기업의 대표이건, 작은화사외 대표이건 모두 나란히 한달에 한번씩 운영위원회석상에서 만나 거의 동등한 발언권을 행사한다.
『각사 사장이면 다 똑같은 사장이고 각사 부장이면 다똑같은 부장인것이 두산그룹입니다. 경영을 맡고있는기업의 업종, 매출규모등에 따라 사장의 비중이 다른것도아닙니다.』
박용성그룹기획실장은 따라서 다른기업그룹처럼 「사장급전무」 「이사급 부장」 등이 두산그룹에는 없다고 덧붙인다.
이같은 이유로 지난해 그룹 전체 매출이 처음 1조원을 넘어선 두산그룹의 운영위원회에는 무려 12명의 각사대표들이 참석한다.
「민주적」 이긴 하지만 중요한 투자나 경영상의 미묘한 판단등을 논의해서 결정하기에는 매우 「비효율적」 인 운영위원회인 셈이다.
따라서 두산의 그룹운영위원회는 각사의 공통적인 인사문서등의 규정통일등을 주로 논의하는 회의이며 신규투자사업등의 경영사항은 그룹기획실의 검토만을 거쳐 곧바로 부회장 회장의 결재를 받아 결정되곤한다.
정두창동양맥주회장도 대한상의일로 외국에 나가있지않는한 그룹운영의원회에는 꼬박 꼬박 참석하는 편이다.
박용곤그룹회장의 깍듯한 존대를 받는 정회장은 그룹운영위원회에 참석하는것 외에도 가끔 박회장과 점심등을 나누며 그룹경영에대한 「조언」을 한다.
정회장은 따라서 실제로 경영의 큰 줄기를 챙기는 동양맥주 회장이라기보다는 3대째의두산그룹 오너경영인들에 의해 여전히 「예우」 를 받고있는 상징적인 회장이다.
『신입사원 교육의 마지막시간은 정해놓고 제담당인데요 나는 항상 이렇게 말합니다.<당신들은 정회장처럼 되는것을 목표로 해라. 남의 돈갖고 자기돈처럼 장사하는게 얼마나 좋으냐>라고.』
박용성그룹기획실장의 이같은 자랑아닌 자랑말고도 실제 두산그룹의「사람대접」이 어떠한것인지는 다음과 같은 일화에서 넉넉히 짐작할수있다.
두산그룹이 지난 63년부터 손을 대기 시작한 보리새우양식사업은 무려 17년간이나 적자를 낸끝에 지난80년부터 비로소 흑자로 돌아서서 이제는 탄탄한 기반에 올라섰다.
보리새우양식을 위해 스카웃돼왔던 당시의 평사원은 지금 상무가돼있다.
1∼2년간의 경영성과에따라 인사조치가 이루어지는 일이 흔한 국내재계풍토에선 매우 드문일로서 두산그룹은 17년간의투자끝에 귀중한 「새우전문경영인」 을 한사람 길러낸 셈이다.
정준창 동양맥주회장, 최인철 동양맥주비상임감사, 한상억 동산토건회장, 성홍희 한양식품감사등 37∼38년씩이나 두산그룹에 몸담아온 원로경영인들의에도 동양맥주등의 생산직 사원가운데는 20∼30년씩 일해오고 있는 계장·과장이 흔하다.
두산그룹은 어찌보면 인사·기업확장등 모든 면에서 「한우물」 을 파는 스타일이다.
즉 평사원으로 인사해서 두산을 평생직장으로 삼고 일할수 있도록 회사가 인사상「한우물」 을 파주는 것이 그렇고 모체인 동양맥주를 큰줄기로해서 두산유리·두산기계·두산곡산·두산제관·OB시그램등 관련기업들을 수직적으로 확장시켜 나온것도 역시 「한우물」 스타일이다.
표면상 동떨어진것처럼 보이는 동산토건도 구 동양맥주외 영선과가 따로 분가해 설립된회사다.
또한 오너경영인의 대를 물리며 사이좋게 한우물을 팔수 있도록 각사의 지분을 거의 비슷한 비율로 나누어 후대에게 물려주고있다.
「한우물」 을 판다는 점에 있어서는 올해 주총을 계기로 그룹 부회장직을 신설, 박용오 OB베어즈 사장 (동양맥주·두산사헙 동산토건 대표이사겸임) 이 부회장을 맡고 박용성 그룹 기획실장이 동양맥주사장 두산 컴퓨터 사장을 겸임케 된 것도 마찬가지다.
역시 경영의 「맥」 요소 요소에는 두산의 오너경영인들이 포진하고있는 것이다.
그런데도 여전히 정수창동양맥주회장등의 상징적인 전문경영인을 두산과 떼어서 생각할수없고 두산의 경영풍토가 어느 그룹보다도 덜 권위적인것은 역시 두산의 전문경영인에 대한 독특한 「사람대접」탓이다.
현재 학업을 쌓고있는 두산그룹의 4대와 이사 부장·과장등으로 뛰고있는 두산그룹의 공채출신들도 언젠가는 이같은 「사람대접」 의 연장선상에서 「물과기름」 이상의 관계로 만나게될 것이다. <특별취재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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