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혹투성이 '노건평씨 수억대 땅 거래자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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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盧武鉉)대통령의 친형 건평(健平)씨 명의의 부동산 처리 과정에서 등장하는 인물은 많다.

그러나 대부분 금전적으로 모순된 행보를 보인다. 집이 없거나 신용불량 또는 체납으로 부동산이 압류된 기록이 있는데 부동산 구입이나 가압류 해제 등엔 너끈히 수억원대를 동원한다. 수억원의 근저당권을 갖고 있기도 하다.

때문에 한나라당은 이들이 "이름만 빌려준 사람"이라고 주장한다. "실제 소유주는 盧대통령 등이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한다. 해당 인사들은 "문제없다"면서도 언론과의 접촉은 피하고 있다.

◆건보료.세금도 체납=1992년 서울 민사지법은 盧대통령이 89년 진영 땅(여래리 700의166번지) 매입 과정에서 건평씨에게 2억5천만원을 준 사실로 미뤄 지분의 3분의1 쯤이 盧대통령의 소유라고 판결했다.

당시 등기부등본상엔 건평씨가 3분의 2 지분, 동향사람인 오철주씨가 3분의 1 지분을 가진 것으로 돼 있다. 吳씨도 2억5천만원을 냈다는 얘기다.

하지만 吳씨는 당시 자신 명의의 집도 없었다. 주민등록지의 땅은 다른 사람 것이었고, 건물은 미등기 상태였다. 더욱이 2000년 1월엔 건강보험료 체납으로 진영 땅 지분을 압류당하기도 했다.

96년 건평씨 지분의 절반(진영 땅의 3분의1)을 받게 된 盧대통령의 운전기사 출신인 선봉술씨도 비슷하다. 자신 명의의 집이 없었고, 99년 세금 체납으로 지분을 압류당했다.

둘은 盧대통령이 "경영에 참여했다"고 한 장수천의 연대보증인이었지만 한국리스여신이 채권 회수에 나섰을 때 가압류 대상에서 빠졌다. "재산이 없기 때문"이라는 게 한나라당의 주장이다.

◆12억원 조달자가 신용불량자로=진영 땅은 2001년 4월 건평씨의 처남 민상철씨에게 12억원에 넘어간다. 경매를 통해서다. 등기부등본상엔 부산은행에서 8억원, 宣씨의 부인 박희자씨에게서 6억원을 빌린 것으로 돼 있다.

한나라당 김문수(金文洙)의원은 "閔씨가 은행에 지불해야 할 이자만 해도 매달 7백만원인데 한번도 연체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閔씨는 지난해 초부터 은행에서 9천만원, 신용카드 3백만원을 연체하기 시작해 지난해 중반 신용불량자로 등재됐다가 올 초에야 풀렸다. 그 무렵 진영 땅을 담보로 5억원을 빌렸지만 자신의 신용불량을 해결하는 데 쓰지 않았다.

"자신의 땅이었다면, 자신이 쓸 돈이라면 신용불량 문제부터 해결했을 것"이라는 게 한나라당의 주장이다. 그러나 같은해 5월 현대캐피탈이 2천만원을 회수하겠다며 진영 땅을 가압류청구하자 閔씨가 이를 갚아 24일만에 가압류는 해제됐다.

◆8억원의 채권자가 집 팔고 전세 살아=박희자씨는 2001년 3월 29일 부산시 연제구 아파트(실평수 25평)를 담보 삼아 주택은행에서 2천여만원을 대출했다.

朴씨는 18일 뒤인 4월 16일 閔씨에게 6억원의 근저당권을 설정했다. 7개월 뒤엔 워터코리아(장수천 설비를 인수한 회사)에도 2억원의 근저당권을 갖게 된다. 그해에만 8억원을 빌려줬다는 얘기다.

朴씨는 하지만 지난해 8월 아파트를 팔고 바로 그 집에 8천5백만원에 전세로 들어갔다. 주택은행 대출금을 갚은 것이다.

이에 대해 宣씨와 朴씨는 "현재로선 어떤 내용도 밝힐 수 없다"는 말을 하고 있다고 한다. 朴씨는 宣씨가 진영 땅 지분을 확보하기 전인 94년에도 진영 땅을 담보로 한 신용금고에서 6천만원을 대출받은 적이 있다. 한나라당은 '단골 차명자'로 이용된 게 아니냐는 의혹을 갖고 있다.

고정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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