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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 서가] '분식회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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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분식회계/찰스 W. 멀포드.유진 E. 커미스키 지음/신동표.강남규 옮김/국일 증권경제연구소, 2만8천원

솔루션업체인 사이베이스, 안경 및 콘택트렌즈 제조업체 바슈롬, 여성구두업체 나인 웨스트 그룹, 인터넷 서비스업체인 마이크로스트래티지, 가전제품 제조업체 선빔, 폐기물처리업체 웨이스트 매니지먼트, 식음료회사인 오로라 푸즈. 이들 기업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금방 감이 오지 않는다면 예를 더 들어보자. 에너지기업 엔론, 장거리통신회사 월드컴, 종합미디어그룹 AOL타임워너까지 포함시킨다면 어떨까. 이들은 모두 미국에서 부정한 회계 처리가 들통나 곤욕을 치른 회사들이다. 몇몇 기업은 주가 폭락으로 마무리됐지만, 아예 사라진 기업도 적지 않다.

국내에서도 최근 SK글로벌 회계부정 사건의 여파로 SK그룹과 채권단은 물론 금융권 전체가 몸살을 앓고 있다.

회계부정의 말로가 이러함에도 부정한 회계처리 사건이 끊이지 않는 것은 회계기준이나 감독체계가 허술한 탓도 있지만 탄로날 위험을 무릅쓸 만큼 분식회계의 유혹이 크기 때문이다.

미국의 공인회계사이자 대학에서 회계학을 가르치는 저자들이 쓴 '분식회계'는 책의 부제인 '은밀한 숫자놀음'이 시사하듯 번듯한 기업 제무제표의 이면에 숨겨진 탐욕스런 회계조작 게임의 실상을 파헤치고 있다.

저자들은 머리말을 대신한 '어느 회계 전문가의 고백'을 통해 현대의 어떤 기업도 '창조적인 숫자게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고 털어놓는다. 대부분의 기업들이 주가관리를 위해, 경영진의 실적을 부풀리기 위해, 신용등급을 올리기 위해 다양한 형태로 회계장부의 숫자를 만지고(?) 있다는 얘기다.

이 책은 분식회계를 하는 동기와 수법, 그리고 경제적 효과를 낱낱이 보여준다. 물론 이런 식으로 분식회계를 하라는 참고서가 아니라 기업의 분식회계를 꿰뚫어 볼 수 있는 안목을 키워주자는 지침서다.

내용은 전문적인 회계처리 방식을 다루고 있지만 일반인도 비교적 알기 쉽게 평이한 문체로 풀어낸 솜씨가 돋보인다.

김종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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