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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에서는 꿈 펼치고 훨훨 날기를 … 마우나리조트 희생자 추모비 건립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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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31일 부산외국어대학에 밝은 회색빛 비석 하나가 세워졌다. 지난해 2월 경주 마우나오션리조트 체육관 붕괴사고로 희생된 학생들을 추모하는 비석이다. 지름 2m 크기의 원형 석판에 하늘로 날아오르는 새를 형상화한 모습이다. 원형 석판 하단에는 사고로 숨진 학생 9명의 이름과 학과가 새겨졌다. 추모시(詩)도 적혀 있다.

 추모비 디자인은 사고로 숨진 박소희(19·미얀마학과) 학생의 사촌언니인 박복근(26·서울대 디자인학부)씨가 했다. 비석제작에 직접 참여해 동생을 기억하기 위한 것이었다. 박씨는 추모비에 유족들의 마음도 담아달라는 부탁을 받고 정성껏 디자인해 유족들의 동의를 얻었다.

 500자 분량의 추모시는 권오경(52) 부산외대 한국어문학부 교수가 안타까움을 담아 지었다. “시간이 멈춰버린 그날 이후, 그대들 이름은 꽃이 되어 우리들 가슴에 아픔으로 박혔다. 눈물이 다 마르기 전, 우리는 다시 만날 것을 믿습니다”는 내용이다.

 이 추모시는 서체 전문가인 허경무(61) 한국서체연구회 이사장이 썼다. “추모비 제작에 동참해 달라”는 권 교수의 요청을 받고 흔쾌히 참여했다.

 사고 후 1년 동안 학생들을 상대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치료를 해 온 김지훈 양산부산대병원 교수는 학교 측이 차비조로 건넨 돈을 추모비 제작에 모두 기부했다. 이밖에 사고 희생자를 위한 성금 등이 추모비 제작에 사용됐다. 한마디로 재능기부로 세워진 비석인 셈이다. 정해린 부산외대 총장은 31일 추도사에서 “안타깝게 희생된 9명의 학생을 영원히 기억하고자 교내에 추모비를 건립했다”고 말했다.

차상은 기자 chazz@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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