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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바이 차두리! 축포 쏴 올린 이재성…한국, 뉴질랜드에 1-0 승리

온라인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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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일간스포츠]

차두리(35·FC 서울)가 후회 없는 경기를 펼쳤다. 이날 경기는 이재성(22·전북 현대)의 결승포로 한국이 1-0 승리를 거뒀다.

차두리는 31일 오후 8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뉴질랜드와의 평가전에서 태극마크를 달고 대표팀 마지막 경기를 치렀다. 차두리 은퇴 축포는 이재성이 쏴 올렸다. 이날 경기에서 이재성은 후반 41분 문전 혼전 상황에서 침착한 왼발 슈팅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차두리는 지난 1월 아시안컵 결승에서 호주에 패한 뒤 대표팀 은퇴를 선언했다. 하지만 울리 슈틸리케(61) 대표팀 감독은 “이기고 대표팀을 은퇴하라”며 은퇴경기를 마련해줬다. 차두리는 이날 뉴질랜드 평가전에 주장 완장을 차고 선발 출전해 김창수와 교체된 전반 42분까지 그라운드를 누볐다.

차두리는 2002 한·일월드컵을 앞두고 고려대 재학 시절 국가대표로 처음 발탁됐다. 2001년 세네갈과의 평가전에서 김남일(교토상가) 대신 교체 투입돼 A매치 데뷔전을 치렀다. 이후 A매치 38경기에선 오른쪽 공격수로, 37경기에선 오른쪽 수비수로 뛰었다. 2006년 월드컵 대표팀에서 탈락한 뒤 대표팀과 유럽에서 살아남기 위해 수비수로 변신했다.

차두리는 오랜 시간 부친의 그림자에 묻혀 살았다. 아버지 차범근은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98골을 터트린 전설적인 축구 스타였다. 차두리는 지난해 K리그 베스트11 상을 받은 뒤 “차범근의 아들로 인정받는 것이 쉽지 않다”고 털어놨다. 한동안 해설위원 자격으로 관중석에서 경기를 지켜봐야 한 적도 있었다.

지난해 브라질 월드컵에 출전하지 못했지만 차두리는 좌절하지 않았다. 아시안컵에서 다시 태극마크를 단 뒤 투혼을 불사른 끝에 한국의 준우승을 이끌었다. 우즈베키스탄과의 8강전에선 60m 폭풍 질주 끝에 손흥민(23·레버쿠젠)에게 멋진 크로스를 올려 쐐기골을 이끌어냈다. ‘차미네이터(차두리+터미네이터)’의 진가를 보여준 명장면이었다.

차두리의 휴대전화 SNS 문패엔 이런 문구가 달려 있다. ‘날지 못한다면 뛰어라. 뛰지 못한다면 걸어라. 걷지 못한다면 기어라. 당신이 무엇을 하든 가장 중요한 것은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의 흑인 민권운동가 고(故) 마틴 루터 킹 목사의 연설문 일부다. 차두리는 매번 뛰지는 못했지만 기어서라도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애썼다.

손흥민은 차두리의 은퇴경기에 함께 뛰기 위해 소속팀인 레버쿠젠을 설득해 대표팀에 합류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팬들도 차두리 같은 전설을 보내는 법을 알아야 한다”며 박수를 부탁했다. 차두리는 “난 참 행복한 선수”라면서도 “내 은퇴경기보다 대표팀 승리가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태극마크를 반납하는 차두리가 주장을 맡은 슈틸리케호는 뉴질랜드와의 평가전에서 후반 41분 이재성의 득점포로 1-0 승리를 거뒀다.

한국 대표팀은 경기 시작과 동시에 짧은 패스로 뉴질랜드 오른쪽 측면을 파고들며 기회를 노렸다. 차두리는 전반 5분께 오른쪽 측면에서 페널티킥 에어리어 안쪽에 있던 손흥민을 향해 가랑이 사이로 패스한 볼이 뉴질랜드 수비수 손에 맞아 프리킥을 얻어냈다.

뉴질랜드의 반격도 만만치 않았다. 전반 8분께 코너킥으로 낮게 깔아 찬 볼을 오른발 논스톱으로 슈팅을 시도, 실점 위기를 맞기도했다. 전반 10분에는 오른쪽 측면에서 골문을 향해 높게 올라온 볼을 뉴질랜드 공격수가 논스톱으로 슈팅을 시도, 다시 한 번 위기를 맞았다. 그러나 김진현(28·세레소 오사카)은 육탄 방어로 골문을 지켜 간신히 실점 위기를 넘겼다.

조금씩 공세를 시작한 한국은 전반 20분 손흥민의 코너킥을 김주영(27·상하이 둥야)이 헤딩 슈팅한 게 왼쪽 골대를 살짝 벗어나 아쉬움을 남겼다. 기성용(26·스완지 시티)은 후반 23분 이어진 코너킥 상황에서 헤딩 슈팅을 시도했지만 이 역시 골대를 스치듯 벗어나 땅을 쳤다. 한국은 전반 38분 한교원(25·전북 현대)이 유도한 페널티킥을 손흥민이 키커로 나섰지만 상대 골키퍼의 선방에 막혀 결정적인 득점 기회를 날렸다.

슈틸리케 감독은 후반 17분 손흥민을 빼고 이재성을 투입해 공격진에 변화를 꾀했다. 후반 32분 기성용이 수비수 한 명을 제친 뒤 시도한 중거리 슈팅은 골대 옆으로 벗어났다. 후반 37분 기성용의 감각적인 패스에 이어 이정협의 슈팅이 나왔으나 수비에 막혔다.

후반 38분 남태희 대신 김보경(26·위건)이 투입됐다. 슈틸리케 감동의 교체카드는 적중했다. 후반 41분 이정협(24·상주상무)과 이재성을 거친 공을 김보경이 슈팅으로 연결했다. 수문장에게 슈팅이 막혔으나 이재성이 달려들어 다시 슈팅을 시도해 골망을 흔들었다. 이재성은 2경기 만에 A매치 데뷔골을 터뜨리는 활약을 펼쳤다.

이재성은 앞서 열린 우즈벡전에서 이미 스타 탄생을 알렸다. 그는 빠른 드리블과 화려한 발재간으로 상대 수비진을 헤집고 다녔다. 또 찬스 때는 정확한 패스를 내주는 만점 활약을 보였다. 이로써 이재성은 공격수 이정협(24·상주)에 이어 슈틸리케 감독이 발굴 해낸 두 번째 K리그 스타 반열에 오르게 됐다.

한영혜 기자 han.younghy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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