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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호 없어도 괜찮아…유격수 김하성이 있잖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프로야구 넥센의 '파워 유격수' 강정호(28·피츠버그)는 떠났다. 대신 그 자리에서 '성실 유격수' 김하성(20)이 성장하고 있다.

프로 2년차 김하성은 올 시즌 넥센의 주전 유격수로 낙점받았다. 지난 28~29일 서울 목동구장에서 열린 한화와 개막 2연전에 유격수·8번 타자로 출전했다. 첫날 1안타를 때렸고, 다음 날에는 멀티히트(한 경기 안타 2개 이상)를 기록했다. 수비도 만족스러웠다. 빠른 발을 이용한 수비 범위가 꽤 넓었다. 그는 "전체적으로 괜찮았던 것 같다"고 평가했다.

원래 강정호의 빈자리에 윤석민(30)이 들어가기로 내정돼 있었다. 염경엽(47) 넥센 감독은 "윤석민이 지난해 한 포지션에 고정되지 못했다. 본인도 집중할 수가 없어 고생했다. 그에 대한 보상 차원으로 유격수 경쟁에서 윤석민에게 우선권을 주겠다"고 했다. 윤석민도 의욕적이었다. "주전 유격수를 꿰차는 건 '로또'에 당첨되는 것과 같다"고 했다.

스프링캠프와 시범경기를 거치면서 윤석민은 유격수 자리에 뿌리를 내리려 했다. 그러나 3루수 출신인 그가 유격수를 소화하기엔 무리가 따랐다. 염 감독은 윤석민이 유격수에 적응하기까지 시간이 필요하다고 판단했고, 백업 유격수였던 김하성을 주전으로 기용했다.

적어도 수비에서만큼은 김하성은 최고의 칭찬을 받고 있다. 아직 어린 나이지만 수비 센스가 있어 응용력이 좋다. 염 감독은 "수비만 따지면 김하성도 강정호 못지 않게 잘한다"고 했다. 홍원기 넥센 수비 코치는 가르쳐주는 것을 잘 흡수한다며 "스펀지 같은 선수"라고 표현했다.

재능만 있는 게 아니다. 성실하기도 하다. 김하성은 2014 신인 드래프트 2차 3라운드(전체 29순위)로 넥센 유니폼을 입었다. 그해 신인 중에서 유일하게 스프링캠프 명단에 이름을 올렸지만 훈련 중 손목 부상을 입었다.

손을 쓰지 못할 때도 그는 쉬지 않았다. 기술훈련 대신 하드웨어 키우기에 집중한 것이다. 68㎏였던 몸무게를 80㎏까지 늘렸다. 고구마와 닭가슴살 등 고단백 식품을 먹고 웨이트 트레이닝을 꾸준히 하면서 탄탄한 몸으로 다시 태어났다. 절실한 노력 덕분에 지난해 한국시리즈 엔트리에 올라 대수비로 경험을 쌓았다.

아직 강정호를 그리워하는 넥센 팬들에게 김하성이 눈에 차지 않을 수 있다. 김하성에겐 강정호 같은 파워가 없다. 공격에서는 아직 부족한 게 많다. 김하성도 인정한다. 그는 "지금 내가 해야 할 일은 수비와 주루다. 타격은 경험을 많이 하면 향상될 수 있는 부분"이라며 "나 때문에 지는 경기가 없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하성도 언젠가는 강정호가 되길 꿈꾸고 있다. 미국에 있는 강정호와 꾸준히 연락하며 조언을 얻고 있다. 그는 "정호형은 내 롤모델이다. 나이가 들고 경험이 쌓이면 정호형 같은 선수가 되고 싶다"며 웃었다.

박소영 기자 psy091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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